'첫사랑, 그녀'소설을 쓰기로 한 이유

인간에게는 왜 사랑이 필요한가?

by 정현주 변호사


나는 브런치에 '첫사랑, 그녀(가제)'라는 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연재를 시작한 지는 이제 2달 정도 되었지만 실제로는 오래전부터 내 머릿속에 있었던 소설이다.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불친절한 작가이다. 그래서 스토리를 처음부터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흐름대로 시점을 선택해 글을 쓰는 방식을 택하였다.


이를테면, 오늘은 연애 - 내일은 이별 - 그다음 날은 첫 만남 이런 식이다. 따라서 '첫사랑, 그녀'는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는 소설이다. 최후로는 이야기들을 엮을 고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순서대로 풀어가는 방식으로는 내 머릿속의 이야기들이 잘 진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물론 생생한 경험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잘 갈무리할 수 있는 깊이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경험이라는 색다른 조각들을 담을 그릇이 필요한 것이다. 짧으면 수필이 되지만 소설을 쓰려면 매우 긴 호흡이 필요하다. 이때는 여유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사람들과의 거리도 필요하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 편의 소설들을 쓰다가 미완성으로 남겨두었지만 나의 소설들의 화자는 모두 남자였다. 물론 난 남자가 아니라서 남자의 마음을 완전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느끼는 것은, 실상 남자와 여자가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특히 상담을 하면서 이 부분을 더 강하게 느낀다. 사람은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좀 더 어려운 사람과 좀 더 이해하기 쉬운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첫사랑, 그녀'는 한 남자가 좋아하는 첫사랑과 관련한 만남, 이별, 감정에 관한 소설이다. 내용은 무척 단순하지만, 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사랑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리고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쓰고 싶었다(이 이야기는 나중에 좀 더 길게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나기에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사랑(애착)을 무조건적으로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충분한 사랑이 바탕이 되었을 때 불완전하더라도 독립된 자아로 성숙한다. 말하자면 사랑이란 사람에게 있어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문제가 된다. 하지만 그 이후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크게 '사랑을 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어떤 이들은 삶을 통틀어 꽤나 여러 번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 사랑의 에너지로 힘을 얻어 살아가고, 이별의 고통을 다른 사랑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살면서 제대로 된 사랑을 단 한 번도 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그들에게는 사랑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어쩌면 거추장스럽거나 스스로를 파괴하거나 모든 것을 잃는 한심한 감정이라고 보이기도 한다.



나는 변호사로서, 아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단순히 소송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인생이야기를 하러 오기도 하고, 나의 글을 보고 조언을 듣고 싶어 멀리서 찾아오기도 한다. 대부분은 인간관계의 문제로 인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만, 그 전제에는 많은 욕망이 뒤섞여 있음을 알게 된다.



나는 그 이야기와 관련 없는 제3자로서 좀 떨어진 곳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나 스스로가 그들에게는 완전한 타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종종 그 감정의 파도에 같이 휩쓸리기도 한다(물론 그들은 전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감정은 감정으로만 남을 뿐이며, 그 잔향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언제든지 이별을 할 준비를 하고 어떤 결과가 와도 받아들일 생각을 한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냐고 묻는 이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나는 어디까지나 제3자의 위치에 머물러 있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이 명쾌한 성격이 변호사 일에 잘 맞는지도 모른다.



나는 사랑을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성공한 인생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만큼 진실된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지극히 소수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생에서 가장 담대하고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보고 듣는 화자의 입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나의 그릇에 저장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갈무리하여 글을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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