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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Sep 30. 2020

[잡담] 여자의 자존감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전생에 나라 구한 녀자의 명절 전날 푸념~♡

자존감은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누가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줄 사람을 찾는 것보다..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해주는 내가 되는 일이 훨씬 쉽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쉽게 포기하고

쉽게 좌절한다.

요리를 못한다고.. 청소를 못한다고..

딱히 잘하는 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여

세상에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한 마디의 말이

누군가는 한 마디의 글이

힘이 되고 희망을 줄 수 있다.


대화는 함께하는 데 비해

생각은 혼자 하기에

더 비약이 심할 때가 있다.


늘 혼자 스스로가 익숙했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혼자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늘 남 보다  기본 이상은 잘했는데

그게 마이너스가 되어 지금은 남들을 겨우 따라가는 정도로

뒤쳐져있다.


생각 대신 대화를 하면 풀리는 일이 세상에 많다.

세상 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나에게는 대단히 신경 쓰이는 무엇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의 부러운 삶이

누군가에게는 버겁거나 혹은 허무할 수도 있는 법

가진 게 많다 하여

슬프지 아니한 것은 아니고

웃고 있다 하여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자존감을 스스로 긁어버리고

오늘의 나를 반성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나는

오늘따라 왜 이렇게 초라하고 슬픈 걸까.



건강하게 살고 싶다.

몸도 마음도...



결혼 9년 만에 홀로 맞는 추석...

나름 생각이 많아진다.

"너도 혹시 명절에 안 내려가니 좋아?"

남편의 물음에 거짓말 못하는 나는

"물론이지. 명절에 내려가면 나는 일만 하는데 뭐가 즐겁겠어."

"그래도 안 내려가니 심심하잖아"

"심심한 건 나쁜 게 아니야. 심심한 건 괜찮아. 몸이 힘든 것보다 심심한 게 100배 아니 1000배쯤 좋을 걸?"

남편은 웃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너무 솔직했던 건 아닐까? 하지만 아니라고 하는 것도 내 마음은 아니니깐..'

명절문화가 좀 변했으면 하지만 그건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침까지 당당했던 나는

저녁이 다가오자 불안해졌다.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리고 나서 그 불안함은 더해졌다.


아버님 병시중 때문에 명절 내내 집과 병원을 오가야 하기에 이번 명절은 패스하기로 했는데..

마음이 왜 불편할까

며느리로서 도리를 안 한 느낌...


점심엔 유명하다는 떡집에 줄 서서 송편과 식혜를 샀지만

당뇨가 있으신 아버님은 드시지 않으셨다고

사실 병원 사람들과 나눠드시면서 명절 기분만 내라는 것이었지만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생각없는 여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서운해하는 나를 위해 남편은 자신은 맛있었다고 했지만 송편 이벤트는 실패였다.


추석 전 날...

남들은 다 바쁜데...

뭔가 한일 안 한 사람처럼 불안감만 들었다.


"왜 집에서 쉬는데 마음이 이렇게 불안하지?"

"그냥 쉬면 되지 뭘 그래... 몸이 편하니 별 걸 다 고민하네"


그냥 쉬면 된다고

엄마는 내가 유난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내 마음이 유난인 것도 맞고 그래서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늦은 저녁 근처 마트로 가서 장을 봤다.

본 거라고 없지만

명절에도 지긋지긋해서 싫어하는 전부치기를

아무도 권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마음이 불편해서

전을 붙이는 모습이 우습지만

군데군데 우습게 타버린 전이라도 부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 내가 일하기 싫어서 안 간 건 아니야.

집에서도 전 부쳤으니.. 가서도 아마 부쳤을 거야'


어릴 때 명절은 맛있는 것도 많고

사촌들과 만나고 용돈도 받고 즐거웠는데.

엄마이자 며느리로서 명절은 쉬어도 안 편하다니 아이러니하다.


나를 사랑해주자며 다독이다가

문득 요리와 청소에 서툰 엄마와 아내를 가진

아이들과 남편에게 미안해졌다.


여자라면 꼭 살림을 잘해야 할까?

나도 잘하는 게 분명 있을 건데...

살림으로만 평가당하다 보니 그냥 0점인 게 참 슬프다.

이러려고 학교 다니고 공부하고 대학 가서 힘들게 취직한 게 아닌데...


그렇다고 내 아이들을 두고 나가서 일할 자신도 없다.

그저 다친 자존감을 토닥토닥이며 달래는 추석 전날 밤이다.



명절 날 유일하게 내가 먹는 전..동그랑땡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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