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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Nov 16. 2022

[부부 일상] 부부는 이심전심

오늘의 메뉴는?


 8월 말부터 터진 건강문제로 병원을 다니면서 부쩍 건강에 관해 신경 쓰게 되었다.

가장 변한 부분은 날마다 입에 달고 사던 달달 구리 커피를 거의 끊다시피 줄었다는 것이다.

나의 행복의 1순위였건만, 건강 앞에 '행복'은 사치였다.


병원 일정을 끝내고, 잠깐 들린 백화점 CAFE.H 에서 물 대신 음료 한 잔을 들고 가려고 섰다.

메뉴는 간단했다.

- 아메리카노

- 로즈마리티

- 전통차(도라지, 생강)

-복숭아 아이스티


다른 때였다면 아메리카노에 달달한 시럽을 넣어서 먹었을 테지만 요즘은 몸 생각을 하다 보니 커피는 딱히 내키지 않았다.

 커피를 줄이기 위해 아침식사 후에 커피는 무조건 먹고, 점심 이후 커피는 눈치와 상황보고 먹고, 저녁때 커피는 가능한 자제하고 있었다.

밤 10시까지도 커피를 먹고 쿨쿨 잘자던 옛 시절이 문득 그리워졌다.


'시간이 늦었으니 커피는 패스, 로즈마리 티는 뭐 무난, 아이스티는 너무 달달하니 패스, 전통차 도라지, 생강은 지금의 계절과 내 건강 상태랑 비교해보면 꽤 적절할 것 같았다. 하지만 도라지도 별로 좋아하는 맛은 아니요, 생강도 그다지 즐기지 않으니, 아무리 몸에 좋다한들 딱히 먹고 싶지 않았다. 그래, 무난하게 로즈마리 티로 먹자.'

 내가 생각을 마치자마자 남편이 바로 메뉴를 물었다.

"뭐 마실 거야?"

"나는 로즈마리"

(아주, 잠시 생각을 하던 남편이 조심스레 물었다.)

 "전통차, 도라지 생강은 어때?'

"여보나 먹어."

(난 이미 정했어! 먹고 싶으면 혼자 드세요)


 아주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남편은 춘식이처럼 '허허허 허'웃으며 '로즈마리 티' 2잔을 주문했다.

 

허허허허

"여보도 그다지 먹고 싶지 않았지? 나도 똑같거든?"


점원이 타 준 아주 뜨거운 로즈마리 티 두 잔을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부부는 이심전심.

'나도 먹기 싫은 건, 굳이 상대에게 물어보지 말자.'

 

로즈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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