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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Sep 21. 2023

[그림책]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만약'이라는 꿈이 이뤄진다면...

진심을 담아,

브레멘에 가지 못한 나와 내 친구들로부터.




"당나귀 씨는 운전하기에는 나이가 많아요"

"바둑이 씨, 우리 이사 가기로 했어."

"야옹이 씨, 그런 얼굴로 손님들 다 쫓아 버리려면 당장 그만둬!"

"꼬꼬댁 씨, 여기서 이런 거 파시면 안 됩니다."



그들은 각자가 머물던 곳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열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했다.


그들이 도착한 불 켜진 어느 집에서는 도둑 네 명이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하던 못된 짓도 쉽지가 않아 지자, 그제야 자신들의 삶을 후회하기 시작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열심히 살 걸 그랬네.'


열심히 살았는데도 할 일이 없어졌다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도둑들은

또다시 낙담한다.

'열심히 살아도 소용없네.'



그럼 우리는 이제 뭐 하지?



배가 고파진 모두는 일단 밥을 먼저 먹기로 한다.

꼬꼬댁 씨는 팔아야 하는 두부를, 야옹이 씨는 편의점에서 챙겨 온 삼각김밥을, 바둑이 씨는 식당에서 가져온 마지막 남은 김치를, 당나귀 씨는 동료들이 준 이별선물인 참치캔을 내어놓는다.

도둑들도 큰 냄비를, 가스레인지를, 넉넉한 수저를, 양초까지 모두 찾아서

다 함께 저녁식사를 만든다.


그러다 문득,

'만약에...'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은 그들의 가게 <오늘도 멋찌개>에서 자신들의 노력으로 장사하는 모습을 꿈꿔본다.

손님들이 많아 가게는 정신이 없지만, 도둑들도 동물들도 모두가 열심히다.

식사 시간이 끝나고 그들의 화려하고 신나는 '만약'이라는 꿈은 깨어지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럴 수도 있었겠다고."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브레멘에 대한 꿈을 꾸었다.

비록 지금은 브레멘에 가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을 얻었다.

지금 그들은 브레멘에 가지 못했지만, 그들의 여행이 끝난 것은 아니기에

어쩌면 그들은 오랜 시간 후에 다 함께 손잡고 브레멘에 가서 <오늘도 멋찌개>를 열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 브레멘에서 열 그들의 <오늘도 멋찌개>를 상상하며 그들은 계속 살아갈 것이다.




"나 되게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 이러네..."

"내가 열심히 안 살아서 결국 이렇게 됐나?"

 원하지 않는 어떤 결과 앞에서 우리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내가 해온 것에 비해 결과가 초라하거나, 초라한 결과의 원인이 내 노력의 부족이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결국은 모두 자신의 삶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다.


비록 일터에서 쫓겨나고, 가진 것이 없는 그들이지만, 그들은 자신의 것을 하나 둘 나눔으로써 새로운 꿈을 꿔본다. 만약에... 하지만 그들의 만약에는 '과거형'이 아니라 '미래형'이었다.

그들은 지난날을 후회하기보다, 앞으로 삶을 꿈꾸는 이들이다.

비록 가진 것 없고, 볼품없는 동물 4마리와 도둑 4명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고, 함께 꿈을 꾸는 동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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