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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의 품격

[나를 단정하게 세우는 시간]

by 달그림자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은 마음의 가장 깊은 층을 조용히 통과하는 일이다 말을 비워도 되고 표정을 거두어도 되는 순간 식탁의 온도는 나를 천천히 제자리로 이끈다


함께하는 식사에는 보이지 않는 조율이 있다 속도와 리듬 웃음의 높이와 침묵의 길이까지 사소한 몸짓들이 서로의 호흡을 가늠하게 한다 그러나 혼자 앉은자리에서는 그 모든 외피가 천천히 벗겨지고 비로소 나의 호흡만 또렷해진다


국물 한 숟갈의 온도에 마음이 풀리는 때가 있고 노른자 위에 고인 빛만 보아도 오래전 누군가의 이름이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음식이 몸을 채운다면 식사는 마음의 가장 은밀한 층을 건드리는 일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혼자 먹는 시간에 익숙했지만 그 순간이 외롭지 않았던 이유는 외로움이 혼자 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떠올리고 싶은 누군가가 있을 때 조용히 자라나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천천히 이해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 감정은 작지만 오래 남는다


그래서 혼밥의 품격은 외로움을 지우려는 데 있지 않다 외로움을 또 하나의 결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도 나를 귀하게 대하려는 마음에 있다


보여주지 않아도 온전한 식탁 나누지 않아도 완성되는 한 끼 그 위에 놓인 사려와 정성이 오늘의 나를 다시 단정하게 세워놓는다


혼자 먹는 식사가 불완전함의 상징이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하나의 방식이 되는 순간 우리는 그 조용한 리듬 속에서 조금씩 자신을 다시 돌보게 된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포개질 때마다 삶은 아주 느린 속도라도 조용히 우리 쪽으로 기울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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