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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을 본다는 것

[우리 사이의 온도]

by 달그림자






간을 본다는 건 단순히 음식의 맛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다 지금 이 한 그릇에 무엇이 부족한지 소금이 더 필요한지, 아니면 이대로도 충분한지 입안에 한 숟갈 머금고 혀끝에 집중하는 그 짧은 순간 그건 어쩌면 음식과 나 사이의 거리를 아주 조심스럽게 가늠해 보는 마음의 움직임에 더 가깝다


혀끝에 닿는 온도는 말보다 빠르게 마음을 움직인다 무엇을 더해야 하는지보다 어디까지가 괜찮은지 어디부터 건드려서는 안 되는지를 먼저 알려주는 쪽이다


간은 한 번에 맞춰지지 않는다

아주 조금 다시 조금

소금을 한 꼬집 넣고 간장을 반스푼 더하며 농도를 조율하는 일 완벽함이 아니라 어디쯤이면 괜찮은지를 찾아가는 일


삶도 사람도 그렇다

처음 만난 사람이 처음부터 다정할 수 없고 처음 좋아진 관계가 끝까지 같은 온도로 유지되지는 않는다


감정은 우리가 듣기 전에 먼저 변하고 우리가 알아차릴 때쯤이면 이미 조금 다른 자리에 서 있기 마련이다 처음 선명했던 마음이 어느 날 갑자기 흐려지고 미지근하던 관계가 뜻밖에 깊은 향을 남기기도 한다 대부분의 변화는 말보다 먼저 일어나고 우리가 따라가는 쪽이 늘 조금 늦다


우리는 모두 조금 짜거나 조금 싱겁다 그래서 관계는 시간이라는 불 앞에서 서로의 결이 섞이도록 천천히 저어야 하는 어떤 온도 같은 것이다


닿으려는 마음은 종종 과해지고 조심하려는 마음은 쉽게 옅어진다 그 사이에서 온도를 잃지 않기 위해 나는 말을 잠시 놓아두기도 한다


간이 맞는다는 건 감정이 깊어졌다는 뜻이 아니다 서로가 잠시 머물러도 어딘가 상하지 않는 거리 그 정도의 균형 확신이 아니라 흔들림을 견디는 자리


한 번 강해진 맛은 되돌리기 어렵듯 사람 사이의 마음 역시 조금만 과해도 조금만 모자라도 금세 결이 어긋난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 가까우면 부담이 되고 너무 멀면 서운해지는 그 사이에서 매번 조심스럽게 멈칫하며 다가섰다가 물러서기도 한다

상처를 피하려고도

외면당하지 않으려고도


어떤 관계는 첫맛은 깊으나 끝맛이 오래 남지 않고 어떤 관계는 처음엔 밍밍하지만 시간이 우러나듯 천천히 깊어진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완벽히 맞지 않고 누구와도 완전히 어긋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천천히 서로의 온도를 살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고 침묵의 길이를 함께 견뎌본다


요리를 하며 가장 숨을 고르게 되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바로 간을 볼 때다 너무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부족하지 않게 재료가 가진 결을 해치지 않으면서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깊게


사람과 사람 사이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서두르지 않고 머뭇거리기만 하지도 않고 입안에 머금은 맛을 음미하듯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일


그리고 어느 순간 굳이 온도를 재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온다면 그날의 감정은 잠시 머물렀다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어딘가에 스며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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