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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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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Feb 12. 2023

엄마 실격

노산일기

남편의 주말 근무로 아이와 단 둘이 맞이한 주말 아침.

어린이집 온라인 오리엔테이션이 있었고 줌의 계속된 오류에 예정대비 30분이나 시작이 지연되면서 아이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컴퓨터와 핸드폰을 만지겠다는 아이를 말리자 울고 불고 난리가 났고 울음과 떼는 오티가 끝나는 한 시간을 넘어까지 이어졌다.


이런 저런 혼이 나가는 상황과 밥 때를 애매하게 지난 시간대에 아기를 달랠 겸 간단히 끼니를 때울 겸 외출로 분위기 전환을 해 볼겸 동네에서 꽤 핫플이라고 소문난 카페를 갔다.


발렌타인데이를 앞둔 주말이라 그런지 20대 커플이 가득했고, 화장기 없는 추리닝 차림의 엄마와 아기가 들어가기엔 뭔가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은 쌔함이 잇었다.

유모차를 가져가도 되냐니 카페가 좁으니 구석에다 세우라는 카페 주인의 말에 괜히 눈치가 보여 카페 밖에 윰차를 세워두고 아기를 안아 카페에 들어갔다.


브런치를 아기와 맛있게 나눠먹고 접시가 비워갈 무렵 배부른 아기의 장난이 시작되었고 칼을 들고 흔들기에 칼을 뺏아 식기를 치운다고 잠시 시선을 뺏긴 순간 의자에서 아기가 떨어졌다.



정말 3-4초간 카페에 정적이 흘렀고 아기는 악을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얼른 아기를 안아 밖으로 나가 달랬고 오전 내내 울음으로 보낸 하루가 지쳤는지 아기띠에서 토닥여주자 곧 잠이 들었다.

떨어지며 머리를 부딪혔지만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집으로 왔는데 코를 골며 너무 곤히 자는 아기를 보니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아닌가 두려움이 밀려왔다. 조금씩 중간중간 깨워봤지만 졸음에 짜증내며 다시 잠드는 아기를 병원에 데려가기도 애매해서 조금 더 기다려 보았다.


한시간 반을 넘자 마음이 도통 불안해서 참을 수 없어진 나는 밥 먹는 상태를 보아야겠다 싶어 이유식을 데우고 고기를 구운 뒤 아기를 깨웠다. 아기는 멀쩡히 밥을 잘 먹고 간식도 먹고 또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찝찝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로 조금 뒤 남편이 빵을 많이 사들고 퇴근 했다.

마침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의 전화가 와서 정신을 팔고 있는 차에 아기는 봉투를 뒤지더니 소보루빵을 냐금냐금 먹기 시작했다. 문제는 빵을 먹은 것이 아니다. 그렇게 먹다가 앞을 짚는다는 것이 잘 못 짚어 식탁 모서리에 눈두덩이를 부딪혀 피멍이 들었다. 또 아기는 울어댔고 눈두덩이는 부어올랐다.


참고 있던 내 자신에 대한 짜증과 화가 폭발하여 엉엉 울음이 났다. 엄마로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건지 애 하나 제대로 못 보고 있는 내 자신이 엄마로 자격이 있는건지 화를 풀데가 없어 악악 거리며 울었다.

더군다나 이 살찐 몸은 어찌나 둔한지. 답답함을 참을 수가 없다.


내 아기는 이제 15개월인데 발달이 좀 늦어 아직 두세걸음 걷는게 다이다. 그런데 호기심은 많아 여기 저기 계속 올라가고 마음대로 안되면 분에 못이겨 짜증을 내고 그러다 손이나 발을 헛짚으면 떨어지고 넘어지고 구른다. 하지만 그럴 시기라고 하기에는 오늘 하루동안에만 벌어진 여러 사고들에 너무나 화가난다. 내 자신이 엄마로서는 실격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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