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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shot Dec 21. 2019

좋은 사진을 찍는 조건

소니 알파 사색의 시간 사진 토크쇼에 다녀와서

1.

우연한 기회에 소니코리아가 주최하는 사색의 시간 사진 토크쇼​에 대해 알게 됐다. 10년 넘게 니콘 장비만 만져왔고, 그마저도 아주 얄팍한 수준이기에 프로 작가의 작업 과정을 보고 들으며 자극받고 싶어 냉큼 신청을 했다. 참 고맙게도, 사이트 비회원이자 타사 장비 유저인 나를 선정해주셨다.

김주원 작가님 코너(2019.12.20)에 다녀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소중하고 적절히 자극받게 된 시간이었다. 종전에 회사에서 보도자료를 위한 인하우스 포토그래퍼 역할을 겸할 때는 정말 열심히 찍고 고민했었는데, 그 역할을 안 한 지 6년이 되다 보니 근근이 아이 사진 정도 찍는 게 전부였다. 그마저도 스마트폰 카메라를 자주 쓰다 보니, SLR 작업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이와 풍성함을 잊어가고 있는 요즘이었다.

김 작가님은 여행 사진가로 20년 넘게 활동하셨다고 자기소개를 했다. 인상 깊었던 점은 사진이 좋아서 업계에 투신하며 초기에 겪었던 고생담이었다. 베이비 스튜디오에서 2년간 어시스턴트를 하며 순진 무구한 생명체들과 최선의 결과물을 연출하기 위해 애쓰신 이야기, 장비 살 돈과 여행 갈 돈이 부족해 최소한의 세팅으로 동네를 누비던 이야기가 그렇다. 그에 비하면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가운데 어느 정도 장비를 갖추고도 더 좋은 세팅을 갖추기 위해 욕심만 늘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 역시도 그리 좋은 장비를 갖추진 않았지만, 그것이 가진 퍼포먼스를 백분 활용하지도 않으면서 최신 기기들을 멍하니 바라보곤 한다. 김 작가님의 고생 담은 마치 수도승의 죽비처럼 찰싹 내리 꽂혔다.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갖고 있는 장비로 먼저 박박 기어본  사진이  되네 안되네를 말씀하세요라는 것 같았다.


특히 사진가로서 명성을 얻고 난 뒤에도 작품을 위해 전력투구 하는 자세는 감탄을 자아냈다. 이번 토크쇼의 타이틀이 됐던 유황 먼지 날리는 인도네시아 이젠 화산에서의 작업 이야기도 그렇고, 호숫가 외로운 나무 한그루를 찍기 위해 구글맵을 한 달 동안 뒤져 외딴길을 뚫고 나간 이야기가 그랬다.



2.

강연 응모 당시 리뷰받고 싶은 한 장의 사진을 제출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보나 마나 후덜덜한 작품들이 여럿 접수될 테고, 그 사이에 내 사진이 빼꼼 고개를 내밀면 얼마나 초라할지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장의 사진을 냈다. 잠깐의 부끄러움을 참으면 원포인트 레슨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 결정은 훌륭했다. 고개를 들어  가을 단풍들을 바라보는 앵글 사이의 흐린 하늘 색감을 어떻게 조절하면 좋을지 여쭙고 싶었는데, 오히려 전형적이지 않은 하늘 색깔이 무척 좋다고. 앵글도 아주 색달라서 처음 접하는 관점이니 연속성 있게 작업하면 좋겠다는 분에 넘치는 리뷰를 받게 된 것.

내 사진이 스크린에 걸리기 전까지 다른 분들이 제출한 정말 놀라운 작품들에 감탄하고 한편 위축되어 있었는데, 초조하게 쫄아 있던 마음이 한순간 다리미로 편 듯 빳빳하게 살아났다.


3.

사진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파 세븐 시리즈의 훌륭함에 대해 충분히 듣고 보았을 것이다. 나 또한 보도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실장님과 상업 사진을 찍는 친한 동생에게 공히 장비의 우수성에 대해 들은 바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사진과 영상작업 모두를 만족스럽게 할 수 있는 알파 시리즈를 구입할 텐데 이번 토크쇼는 그 확신을 더욱 굳히게 되는 계기가 됐다.


브랜드의 메시지가 아닌, 사진가의 열정적인 목소리에 교감할 수 있도록 판을 벌려주는 그 넉넉함과 자신감이 좋았기 때문이다.   

뜻밖에 칭찬받게 되어 뿌듯했던 사진. 2019년 11월 2일 문경새재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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