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매일 새로운 너와 만나.
첫니가 빠졌다.
예상못한 충격이었다. 흔들리거나 아프다는 소리도 없었기 때문에..
영구치가 밀고있는 자리에 뿌리가 워낙 약해져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장난처럼 이로 물고있던 무언가가 어느정도 이상의 힘에 의해 움직였고,
그에따라 사고처럼 아이의 첫니를 발치하러 갔다.
부랴부랴 찾아본 첫니가 올라오던 사진.
7개월 이었다. 아직은 잇몸뿐이던 아이의 입속에 좁쌀만한 것이 두개.
오늘의 아이 입속엔 그자리만 빼고 가득차 있다.
두자리에 구멍이 휑하다.
우리가 처음 맞이했던 이앓이와 첫니의 기쁨이 마취크림과 펜치로 순간에 아스라이 사라졌다.
약간의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던 걸까.
한순간에 아기를 잃고 어린이를 얻은것만 같았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한번에 두개나 빠졌다는 사실이 마냥 뿌듯해 죽겠는 눈치다.
같은반 친구중에 아주 키가 큰 두친구만이 앞니가 빠졌고, 이미 나오고 있었다.
정상적이었다면 다음달 쯤에나 우리아이의 차례였을까.
그것도 하나씩 하나씩 차례로 빠졌어야할 소중한 젓니 두개가 동시에 발치되었다.
조그마한 치아보관함에 아이의 치아를 받아들고 내 다리가 후들거려 까페로 향했다.
아이는 지혈 거즈를 입에물고 덩실덩실이었고, 나는 황급히 치아 보관함과 '이빨요정동전'을 주문했다.
"난 이가 두개빠졌지만 그래서 돈도 두배로 벌었잖아~!"
시트콤 같은 우리집 개그우먼 1호의 대사...
아이는 매일 자란다. 신생아때는 특히나 눈에 보일 정도로 매일 다른 얼굴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이와 헤어지는것 같았다.
매일 새로운 아이와 다시만나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즈음 아주 멋진 문장을 만났다.
"육아의 목적은 아이의 독립이다."
그래 그렇지 이렇게 나는 아이와 매일 헤어지면서 헤어지는 연습을 하자. 잘 자라게 도와주고 나는 먼 발치서 바라만 보자. 식물을 키우듯이 필요한게 무엇인가 잘 관찰만 하다가 정말 필요한것만 필요한때에 주자.
잘 해내고 있는것 처럼 보였다. 아이는 정말 빠르게 자랐고, 때에 맞는 필요를 충족 시켜주면 스펀지처럼 흡수해 새로운것도 쉽게 배웠다. 힘들어 하는 부분이있으면 함께 고민하고 고민하다보면 어느새 해결되어 있기도 했다.
이 이야기로 시작을 했으니 이앓이로 돌아가본다. 아이가 처음 이가 나려할때 얼마나 괴로워 하는가.
침을 하염없이 흘리며 무언가를 씹어대야하고, 밤에는 영문도 모른채 우는울음에 냉동실에 치발기를 얼리기도 수십번이었다. 그렇게 힘들어 하던 이 앓이도 우리는 함께 해쳐 나왔고, 젖병떼기라던가, 뒤집기, 걸음마라던가, 혼자 잠들기, 수저 포크 올바로 집기 라거나, 하물며 선 긋기라거나, 두발로 점프하기, 손가락으로 작은 물건 집기 같은 모든 일들은 확실히 우리 둘의 공동업적이었다. 수유텀 늘리기나 낮잠시간 줄이기는 일생 일대의 난제 아니었던가. 그 모든 일들이 지나가는 동안 나는 수 많은 너와 헤어지고 다시 만났다.
아이는 성장했고 나 또한 성장했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어떤날은 얼굴이 네모지다가도 어떤날은 동그라니 참도 이쁘고, 어떤날은 배가 퍼졌다가 어떤날은 또 동그라니 오므라졌다. 우스갯 소리로 남편에게 "아이는 형태를 바꿔가며 자라나나봐." 라고 할 정도로 넓었다 길었다 하며 자라났다. 그러니 매일 헤어지고 다시만날수밖에 별수도 없었다.
매일 매일 다른 아이를 만나는 기분이었다.
적당한 때가 오면 놓아줘야지. 하는 정도로만 붙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젖니가 뭐라고.
그거 두개가 빠졌는데 내 마음이 이리도 휑하단 말인가.
적당한 때에 놓아주긴 당췌 뭘 놓아줄수가 있단 말인가.
독립을 위해 육아한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
오늘 나의 모습에 내가 많이 놀라웠다.
아이의 젖니가 이리도 소중하다니. 그 녀석의 신체 일부분이. 나와 함께 해낸 어떤 추억이 깃든 것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사라짐이 자연의 섭리이자 이치라는 느낌에 더욱 더 섭섭한 것이다.
자신을 잃은날 찾아 읽기
참 좋아하는 스님의 강연이 있다. 쉽게 이야기 해주셔서 쉬운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사실 너무도 깨닳음이 크신분이라 수준에 맞춰 주신것 뿐인데. "부모를 부양하는 동물이있습니까? 자식은 스스로 생명을 지킬수 있게되면 무참하게 떠나보내는게 자연의 섭리입니다." 하신 말씀이 뇌리에 박혔다.
내용의 요지는 사실, 소위말하는 '효'를 기대하지말라는 일침. 효도하는 동물은 없다는 말씀이셨지만...
스스로 생명을 지킬수있게되면 떠나보내야 스스로 살 궁리를 한다는건 동물이나 인간이나 매한가지 일것인데, 부모가 되어서 자식의 안녕을 바란다면 정말 잘 보내줘야겠구나를 새로이 다짐해 본다.
다행인 것은 아직 빠질 이는 18개나 남아있고, 아직 성인이 되려면 14년은 남아있다는 것.
아이도 나도 천천히 그러나 매일 매일 독립해 나가야 한다. 이번의 젖니처럼 갑자기 사고처럼 떨어져나가면 어쩐단 말인가. 마치부부가 그러하듯이 서로가 서로에게서 완전히 독립되어 있을때 공존또한 평화로워 질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