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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소소 Sep 07. 2024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나는 잊지 못하겠지

새로운 핸드폰을 사면 쓰던 폰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둔다. 

그러면 그 핸드폰을 마지막으로 쓰던때의 사진과 메모, 혹은 문자 같은것들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가끔 아주 몇년에한번 아무것이나 켜서 들여다보면 재미가 쏠쏠하다.

그 메모는 아마도 아이를 둘 낳고 지내는 지금보다 적어도 10년은 전에 쓰던 폰에서 나온 것이었다.


' 어째서 아이를 낳은 선배들은 카카오톡 프로필이 모두 아이얼굴인걸까? 그런 모습을 보는것이 불편하다.

  아이를 사랑하는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아이를 낳고 나면 자신의 인생은 없어지기라도 한듯 

  아이로 도배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 그렇게 자신을 투영하고 나중에 아이로부터 원하는 것이 

  이루어 지지 않으면 얼마나 후회할까? '


아주 뜨끔했다. 과거의 나에게 떳떳하기 위해서랄까 아니 카카오톡이 그때보다 발전해서일지도모르겠지만 나는 프로필 사진만큼은 내사진이다. 다만 배경은 아이들의 이니셜과 탄생일로부터의 D+일 그리고 아이들 사진과 반짝이 같은것들로 도배되어 있지만...


그리고 놀라운것은, 나는 아이를 무척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어린아이 시절부터 나는 강아지나 고양이보다는 아기가 좋았다. 아기를 귀여워 하고 동네에서도 아기를 돌보는 일이라면 돕기도 할 정도였다. 지나가는 강아지나 고양이에는 눈이 안돌아가도 아기에는 눈이가는 타입이었다.

조카가 태어나자 내 사진첩은 조카 폴더가 따로 생길정도로 사진을 찍고 보길 좋아했고, 그 메모를 쓸 당시에도 그런 나의 성향은 달라진적이 없었을 텐데.. 어째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들 굳이 저렇게 장문의 메모를 써뒀다고..?


서로 이해를 못하는 자아가 시공을 거슬러 메모장에서 만난 셈이다.


나는 동일한 나 인데 경험치의 차이로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하고 판단을 내린다.

그때는 카카오톡 프로필이 전부였을지언정 지금은 인스타그램이라는 툴이 있는데, 부끄럽게도 그곳은 나의 또다른 사진첩이다. 아니 사진첩이자 육아일기장이다. 문득 우리 후배들과 나와의 팔로우 관계가 걱정되었다.

이해 못할 나이의 존재들에게 굳이 이런 피드들이 노출될 필요가 없는데...그렇다고 내가 계정의 사진들을 조절하여 올릴 필요도 당연히 없다. 서로가 이해 못하는 하나의 존재도 있는데 하물며 남이면 어떠랴. 

나는 과거의 나와 같을 현재의 후배들에게 조금 머쓱해졌지만 (그들은 그런티를 내지 않는다.) 인스타를 통한 일상기록을 멈출 생각은 없다.


하루는 직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너는 너무 둘 다 잘 하려고해. 아이들은 다 떠나게 되어있다. 잘 해줘도 기억도 못해. 그러니까 회사일에 좀더 매진해 봐. 회사일은 남는거라도 있어."

흔히들 하는 이야기라지만 고까운 마음이 들었다.

"네 인스타에 니 사진이 더 많아야지. 주말에도 너무 아이를 위한일만 하지 않아도 돼."

직장 상사로써 일을 좀더 열심히 하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진심 어린 충고였기에 더욱 속이 상했다.

아끼는 후배에게 엄마로의 의무를 놓더라도 스스로의 커리어를 더욱 신경쓰라는 조언이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부모로서의 의무가 있지 않겠는가. 인스타에 내 사진이 몇장 없는걸로 내 인생에 내가 없어졌다고 단정 지을수 있을까. 내가 주말에 아이들을 위한 장소만 찾아간다고해서 나를 위한 일이 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하는가.


나는 아주 많이 화가 났다. 오만한 선배의 생각에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

하지만 성별의 차이로 이해가 불가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조금과, 그렇게 까지 노력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많이가 합해져서 "아이가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제 시간이 생기겠지요." 정도의 선으로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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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일 것이다. 선배의 아이는 이제 중학생이 다 되었고, 부모와 시간보다는 또래와의 시간이 더욱 중요할 나이가 되었을 것이고, 나또한 그때가 오면 점점 나의 시간과 사진과 피드의 성격이 달라질 것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정도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고 그게 나의 본심이며 사실인가.엄마인 우리는 알지 않나. 

모든 사진과 시간은 우리의 것이다. 

아직 아기인 순간의 모든 순간은 아기가 하는 작은 행동과 업적이 모두 우리로 인한 것이고, 자라나는 순간의 모든 순간은 또한 나로 비롯된 하나의 결과물인것이다.


비약하자면 내가 작업한 작업물을 찍고, 작업하는 과정을 올리는것에는 프로패셔널함을 칭송하면서

똑같은 행위를 자식에게 한 다음의 피드백은 고작 '너 자신을 지켜라'라니...


이것은 비단 카톡 프로필 사진에 아이들 사진 뿐이네. 하는 비난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조언이었다.

내가 쓰는 시간의 종류까지도 함께 드러나는 인스타 라는 매체의 특성상 사진의 주인공과 더불어 시간의 주인공까지 확인하고있다고 착각하는데서 비롯된 일이다.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과거의 나 또한 그렇게 보았고, 지금의 나도 그 부분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는 속지 말자. 


우리 사진첩에 아이들로 가득차 있다고 우리가 사라진건 아니다.

우리는 사진기 너머에서 피사체의 웃음을 만들어내며 완벽히 존재한다.

(더불어 임신과 출산으로 더이상 사진찍기 싫어진건 나뿐인건지....)


10년전의 내가 지금의 나와 같으면서도 다르듯이 아이들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데, 

6살짜리 첫째아이를 보다가 사진첩속에 6년전 모습을 찾아보면 과연 이아이가 아이 인가 싶을때가 많다. 이제 성인이 될때까지의 장기기억능력도 하나둘 생길때가 아닌가. 

아이가 작년 재작년 이야기를 기억 못할때 사진을 보여주면 사진으로 기억에 새로이 심는것 같다. 


너는 기억 못할 너의 수많은 순간들이 나에게 이렇게나 소중했다고..

너와 나의 시간속에서 내가 많이 행복했다고 꼭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또 시간이 많이 흘러 아이가 나를 떠나야 할 때가오면 이 시절의 기억을 안고선 아이를 훌훌 떠나보내고 다시한번 차분히 이날을 그려보고 싶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나의 꼬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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