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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Mar 28. 2017

기적을 꿈꾸게 하는 마법같은 사랑이야기,나 여기 있어요

클레리아비 / 북폴리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을 헤맬 때 나의 이름을 불러준 사람. 
아무도 나의 존재를 알지 못할 때 홀로 내 손을 잡아 준 사람.
인생에서 이러한 사람을 만나는 순간은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울까.
            

이 책은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게 된 남자의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다. 


엘자는 등산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지만 5개월 후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는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청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소멸한지 오래다. 의식은 있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몸 안에 갇혀 오로지 청각만을 의지한 채 자기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알맹이가 쏙 빠진 고치다. 속 빈 고치 속에 내가 산다. 고치를 빌려 사는 번데기, 어쩌면 이게 나을까. 나는 정말 여기서 나가고 싶다.


오래된 연인과 헤어지고 힘들어하던 티보는 음주운전으로 살인자가 된 동생으로 인해 겨우 지탱하고 있던 마음마저 산산이 부서져버린다. 병원에 입원한 동생에게 어머니를 모셔다드린 어느 날, 병실을 착각해 다른 병실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엘자를 만나게 된다. 그 후 어머니를 모셔다드리는 날마다 엘자를 찾아 가게 되고 재스민 향기가 가득한 그 곳에서 상처로 가득한 마음을 서서히 위로받는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 이 말을 수도 없이 되뇌었다. 이건 정상이 아니야. 이건 정상이 아닌데. 움직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고 생각하거나 말할 수도 없는 환자를 찾아간다는 생각에 들뜬다는 게 말이 되는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간절히 기다리던 여자와 시간이 지나며 그녀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한 남자. 그리고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고민까지 더해져 책을 덮을 때까지 이 소설이 어떻게 끝날까 조마조마하며 보게 되는 책이다. 두 사람이 서로 직접적인 대화나 눈맞춤을 나누진 않지만 엘자는 티보의 목소리로, 티보는 엘자의 존재 그 자체로 서로 위로를 받고 사랑을 싹 틔운다. 말 그대로 마법 같은 이야기.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쉰다. 엘자와 우연히 만난 지 열흘, 고작 열흘 만에 내 세계가 온통 엘자에게로 향해버렸다. 얼음 색깔의 그 눈을 다시 볼 가망이 없는데도, 나는 언젠가 다시 보기를 꿈꾼다.


엘자와 티보의 만남을 따라가며 저주에 걸려 깊은 잠에 빠진 공주와 공주를 구하러 온 왕자의,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엘자와 티보의 상황뿐 아니라 기적을 바라는 나의 마음이 동화를 읽던 어렸을 때 마음과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동화같은 사랑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봄, 내 마음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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