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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정 Apr 05. 2024

애들은 왜 엄마만 없으면 아플까

그렇게 감기 엔딩


보고 싶으니 얼굴 사진 좀 보내달라고 했더니 도착한 둘째 아이 사진이 처참하다. 아이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찍었고, 그 꼴을 찍어 보낸 남편도 모르나 본데 눈이 빨갛게 부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사진을 아무렇지 않게 보낼 수가 있지? 바로 김비서에게 전화를 하니 괜찮았는데 지금 막 씻고 나와서부터 그런 거란다.


우선은 분노를 가라앉히고 최대한 차분히 얘기해 본다. 봄이라 이제 알레르기 시작했나 보다고. 항상 들고 다니는 약 가방에 안약 있으니 넣어줘라 했더니 안 가지고 왔단다. 1박 여행을 가도 꼭 챙기는 비상약 가방을 3박 4일 시가에 가면서 안 챙긴 것이다. 아마 자기 게임할 닌텐도는 챙겼겠지.


아이에게 직접 물으려고 전화를 하니 웬걸 기침까지 콜록콜록이다. 이제 막 감기가 시작되려는 게 아닐까 의심되는 소리가 아니라 의심할 여지없는, 이미 감기로 땅땅 판정된 기침 소리였다. 하아. 또 시작인가.

 

큰 아이 돌 지나서 하루 여행을 다녀왔었다. 내 딴에는 독박육아를 하던 날들에 대한 꼭 필요한 보상이었다. 바다가 보이는 인천의 호텔에서 하루 푹 쉬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돌아왔는데 차에서 만난 아이의 볼이 빨갛다.

"어? 우주 열 있는 거 같은데. 애 열나잖아. 몰랐어?"

차에 있던 남편도 함께 온 시아버지도 모르는 눈치다. 그러니 열 나는 아이가 멜빵바지에 카디건까지 치덕치덕 겹쳐 입고 있겠지. 카시트에서 아이를 꺼내 옷부터 벗겼다.

후두염의 시작이었다. 그 후로 일주일을 꼬박 고열과 싸우며 지내야 했다. 겨우 하루 휴가의 대가 치고는 너무 했다 싶었는데 다시 반복이라니.


갑상선 유두암 수술로 3박 4일 병원에 입원 후, 친정서 이틀 요양하고 돌아는 참이었다. 하루 부족한 그 일주일을 못 참고 김비서는 끝내 감기에 걸린 둘째를 나에게 토스하는구나. 이번에도 집에 도착하면 감기에 걸린 아이가 있을 것이다. 나는 무리하지 말고 쉬라는 의사의 권고 따위는 상관없이 아이 간호를 해야겠지.

 

나 없는 사이 애들 아프지 않게 다치지 말고 있으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부탁이었나. 시가에 어른이 셋인데 왜 아무도 아이가 아픈 걸 알아채지 못하는 걸까. 거실에서 눈 비비는 아이는 신경 쓰지 않고 연승하고 있는 한화의 득점에 환호하고 있을 김비서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 정도는 홈캠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다.  

또다시 울화가 치민다. 떼어낸 내 암세포가 아마 이렇게 처음 생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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