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부족(talent shortage)이 전 세계적으로 노동 시장에 기업에 필요한 스킬을 갖춘 사람이 부족한 현상이라면, 스킬 격차(skill gap)는 기업 내에서 디지털화, 자동화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과 직원들이 보유한 역량 간에 불일치가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기업은 A, B, C라는 새로운 스킬을 필요로 하는데 직원들은 과거에 배운 X, Y, Z라는 스킬만 보유할 때 격차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스킬 격차의 심각성은 시간이 갈수록 메꾸기가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IBM이 실시한 글로벌 연구에 따르면 2014년에 한 기업이 스킬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3일의 교육을 실시했다면, 2018년에는 그것의 10배가 넘는 36일의 교육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스킬에 대한 요구가 늘어남과 동시에 기존의 스킬은 점차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이 적시에 스킬 격차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그 스킬 격차가 기업의 비즈니스에 주는 악영향이 시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하는 많은 기업들이 스킬 격차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IBM이 48개국의 CEO 5,6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업 전략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사람, 스킬, 리소스를 보유하고 있는 응답자는 41%에 불과했다. PwC(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가 85개국 1,293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CEO 응답자의 80%는 핵심 스킬의 확보에 관해 걱정하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 관련 스킬 부족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맥킨지가 실시한 설문에 의하면, CEO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 (62%)이 디지털화, 자동화로 인해 자사 인력의 1/4 이상을 재교육하거나 교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기업이 스킬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채용과 교육이다. 채용은 기존 인력을 교체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외부로부터 영입하는 일이고, 교육은 기존 직원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들이 새로운 스킬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다. 이미 현 직무에 대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른 역량을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재교육(retraining)인 셈이다. 맥킨지가 연 매출 1억 달러 이상인 전 세계의 기업 임원 1,549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육만 실시하거나 (40%), 채용과 교육을 병행하겠다(41%)라고 밝힌 응답자가 대다수였다. 교육이 스킬 격차 해소의 솔루션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함을 알 수 있다.
교육이 특별히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시장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수급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재 부족 현상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2018년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45%가 필요한 스킬을 가진 인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과를 자세히 보면 지원자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약 30%였고, 지원자들이 기업이 요구하는 경험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20% 정도였다. 액센츄어 PLC 최고 기술 및 혁신 담당자인 폴 도거티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사이버 보안과 같은 스킬의 경우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하여 인재 영입 비용이 점차 증가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특정 기업이 필요로 하는 스킬이 IT나 디지털 스킬처럼 영입 경쟁이 치열한 분야라면, 기존 인력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편이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일 것이다. 특히 어떤 스킬을 적시에 확보하는 것, 기업 내에 스킬을 확산하여 다양한 직무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더더욱 교육은 채용보다 효과적인 솔루션일 수 있다.
스킬 격차 해소를 위한 재교육은 구체적인 목적에 따라 업 스킬링(upskilling)과 리스킬링(reskilling)으로 나누어진다. 업 스킬링은 직원이 현재 맡고 있는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리스킬링은 직원이 지금까지 해온 일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업무 자동화로 인해 인사담당자가 수기로 정보를 취합하던 업무가 사라지고, 대신 수집된 데이터를 검증하고 분석하는 업무가 새롭게 생겨났다면 업 스킬링 교육이 필요한 경우이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이 점차 사라지게 됨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 인력들이 온라인 고객센터의 메신저 상담 업무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게 된다면 이는 리스킬링에 해당된다.
실제로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스킬 격차의 해소를 위해 리스킬링, 업 스킬링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아마존(Amazon)은 미국 임직원의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10만 명의 리스킬링을 위해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약 7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주요 통신사인 AT&T는 임직원 18만 명을 대상으로 Future Ready라는 프로그램을 론칭하였다. 임직원들은 자신의 현재 역량 수준을 진단하고, 니즈에 맞게 단기 교육, 혹은 1년짜리 나노 디그리(nano degree) 과정, 혹은 유명 대학과 연계된 석사 과정 중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다.
JP모건은 임직원 25만 명의 교육을 위해 Skills Passport라는 학습 플랫폼을 론칭하였는데, 임직원들의 현 스킬 수준 진단, 커리어 옵션 탐색, 교육 콘텐츠 큐레이션, 역량강화 활동 조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SK텔레콤은 2020년에 SK서니(Sunny)라는 사내 연구 및 교육 플랫폼을 출범하여, 인공지능(AI),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회적 가치, 글로벌 리더십, 매니지먼트, 행복, 디자인 등 8개 분야의 교육을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 연간 200시간 이상 학습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업 내에서 디지털화, 자동화의 영향을 받는 재직자의 규모가 클 뿐 아니라 그들 대부분이 이미 상당한 경력을 쌓은 미드 커리어(Mid-career,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사이)의 직원들이다. 따라서 스킬 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앞서 소개한 기업들은 절차의 투명성(transparency)과 교육 시스템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성공적인 대규모 리스킬링, 업 스킬링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절차의 투명성. 기업들은 특정 직무를 수행하던 재직자가 완전히 다른 커리어로 전환하게 되는 경우, 업무 전환 및 교육 진행 과정을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여 개인의 커리어 선택권을 존중하고 자발적인 학습의 동기를 불어넣고자 하였다. 예를 들어 AT&T는 리스킬링 교육 대상자에게 신규 직무에 대한 시장 수요, 예상 연봉 및 인상률을 공지하여 직원들이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도왔으며 JP모건은 새로운 직무 옵션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개인이 직접 선택한 직무에 대한 추천 교육과정을 수강하도록 하였다.
교육 시스템의 활용. 기업들은 지역적으로 분산된 인력들의 재교육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교육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규모의 직원들이 교육을 위해 이동하지 않고 PC나 모바일로 손쉽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인해 비용절감에서 큰 이점이 있다. 또한 최근의 교육 시스템은 AI나 Analytics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현 스킬 수준 진단 결과나 개인별 직무에 맞는 교육과정을 추천하는 등 개인 맞춤화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습경험의 강화와 학습 과정의 효율화까지 도모하고 있다.
향후에도 리스킬링, 업 스킬링 교육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업무 자동화의 확산으로 인해 스킬 격차의 해소를 원하는 기업의 교육니즈가 발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식 반감기(half-life)의 단축으로 재교육의 주기가 점차 짧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식의 반감기는 규모가 큰 시장에서는 5년, 기술 분야는 3년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리스킬링과 업 스킬링 교육은 기업에 상시 필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