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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ther - Kendrick Lamar & SZA
“그럼 이상으로 오늘의 회의를 마칩니다.”
의장에 선언에 시계를 들여다본다. 저녁 6:50분. 퇴근 시간이 한 시간 가까이 넘었다. 짐을 챙기며 주위를 둘러본다. 웬걸, 평소에는 저녁마다 약속이 있던 동료들이 대부분 회의 끝까지 남아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다들 저녁시간에 약속을 잡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조직은 12월에 가장 바쁘다. 이 시기의 사업 성과가 우리의 한 해를 평가한다. 즉, 지금 시기의 노력은, 팀의 신임과 직결되는 노력이다. 각자의 표정에서 결의가 보인다. 각오가 남달라 보인다. 전쟁을 준비하는 군인 같다.
나는 벌써 수 년째, 12월에 제일 바쁜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속한 조직은 누군가를 대표하는 자리에서 일을 하는 곳이다. 선거를 통해 자격이 부여되는 자리다.
이 일을 하는 지난 몇 년간, 하루하루가 예상 밖이었다. 틀에 박힌 것이 너무 싫어 못 견디던 나조차도, 여기서는 일상이 너무 바람 잘 날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몸서리쳤다. 삼라만상의 일과 사람을 경험했다. 아주 높은 세상의 자리에도 일이 닿았고, 아주 깊은 인간의 바닥에도 일이 닿았다. 나는 이곳에서 자유롭게 헤엄쳤다. 폭이 넓고 깊은 경험과 시련이 나를 성장하게 했다.
또 하나는 이 일이 아니었다면 해 보지 못할 아주 어려운 경험을 했다. 그것은 ‘타인을 위한 희생’ 그걸 넘어선 ‘헌신’을 배우는 일이었다. 그냥 열심히 하는 것과, 헌신을 다 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아내의 경청과 더불어, 일에서 요구되는 헌신이 나를 더 넓게 만들었다. 나의 이기적인 마음을 열어주었다.
워낙에 끈기가 없던 나였다. 지난 몇 년간을 비추어봐도 매 순간 열정을 쏟았다기 보단,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과 일에 몰두했다. 누군가에게는 최선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흔적을 남겼기에 후회가 없다.
이제 내려놓으려 한다. 누군가의 대표에서, 누군가로.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 속에서 아내와 함께 행복한 삶을 가꾸려 한다. 예측가능한 일상 속에서 꾸준히 글을 쓰며 새로운 삶의 형태를 향해 도전하려 한다.
‘글을 쓰고 사는 것. 글로서 소통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것.‘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공감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말들로, 때로는 재밌는 놀이로 어울리는 순간이 삶에 풍요를 가져다주는 요즈음이다.
나는 브런치가 ‘글쓰기 공방’을 넘어선 ‘성장의 공방’이라고 생각한다. 공감과 이해는 사람을 성장시킨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서로의 글을 보며 대화를 주고받으며 성장한다. 새로운 성장의 동력과 원천을 찾았다는 것. 그게 내가 다음 삶의 페이지로 용기 있게 내딛을 수 있던 근거였다.
새로 찾은 더 넓은 세상. 브런치 공방과 그 공간에서 함께 글 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 마음속에 더 깊게 들어왔다.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