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되고 싶어

by 모래쌤

여보.


우리 집 냥이가 부럽다.



얘는

습식 사료와 건식 사료를 느긋하게 냠냠 먹어.

습식을 주로 먹고

건식은 간식 먹듯 한 번씩 슬쩍 먹고.

많이씩 먹는 법도 없어.

조금 먹고 수염 닦기 바쁘지




그러고는 캣타워에 올라가

동그란 통 안에 들어가서 가물가물 눈을 뜨고

상념에 젖어

그러다 그 동글한 통 안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



그러다 또 어떨 땐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하려고 샀던 방울이들을

공처럼 차면서 혼자 재미나게 놀아.





솔이가 부러워.

얘는 우리가 아무리 애정표현을 해대도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아.


그저 한 두 걸음 떨어진 곳에 앉아 구경을 하는 거야.

저것들이 뭘 하고 있나 하고.


아니 표정관리를 잘하는 걸까?

감정을 잘 모르겠어.

그런 면도 멋지다.



얘는 자기 주도적이야.

결코 우리를 의지하고 사는 것 같지가 않아.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

하고 싶은 걸 하지.

때때로 그게 좀 섭섭하기도 하지만

떨어져 있어야 할 시간이 많기에 마음에 부담이 덜하기도 해.





얘는 누구랑 갈등을 겪을 필요도 없어.

혼자 사니까.

가족을 만들어줘야 하나 싶다가도

얘랑 성격이 잘 맞고 취미가 갖고 그런 고양이가 아니라면

싸우기도 하고 스트레스받을 일도 많을 텐데.

그건 혼자 있느니만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





얘가 너무 부럽다 여보.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미어캣 자세로 꼿꼿하게 서서 밖을 내다보고

때때로

햇빛을 즐기며 늘어져있지.

단순한 생활.



냥이가 되고 싶다 여보.



/





나는 혼자라는 사실을 견디기가 어려운 의존적 존재

그런 나를 주님은 늘 외롭게 두시더라고.

다 내가 자처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인복은 없고 일복만 타고났다는 엄마의 이야기가

귓가를 맴도는 요즘





/




생각이라는 걸 안 하고 살고 싶어 여보.

생각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아이들한테 학부모들한테 그렇게 이야길 하고

이제독서논술은 생각하는 사람을 만드는 곳이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웃기다 그치?

나는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싶어.





생각을 하게 되면 말이야.

당장 눈앞에 산재해 있는 문제들이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질문을 해.


답?

없어.




조금 더 생각을 하잖아?

지난 일들이 떠올라

후회가 밀려와

그리고 원망하는 마음도 올라와

그 끝에는 나에 대한 질책이 따라와

그리고 당신이 나타나지.

그리고 외로워.

그러면 여지없이 눈물이 솟구쳐.




그러니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냥...

생각을 멈추려고

책을 보는 거지.




수업을 할 수 있어 참 감사해.

아이들과 떠들고 웃고 하다 보면

시간이 가니까...




/




오늘 안개가 너무 짙어 여보.

지금은 많이 걷히긴 했네.

아침에 밖에 나서는데

안개 냄새가 나

나무냄새 같기도 하고

땅 냄새 같기도 한 그 냄새가

씁쓸해.

순간 내 인생이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갔구나 하는 생각도...

걷히겠지.

알아.

많이 겪어봤으니까.

그래도 이젠 정말 그만 겪고 싶다

이런 짙은 안개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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