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어제 꿈에 당신이랑 오래 만났네.
골치 아팠던 문제덩어리를
어제 마지막으로 떨궈 내느라
만나는 사람들은 다 어른 같고
나는 어린아이 같은 기분 느끼며
어리바리하게 주섬주섬
어쨌든 그 일은 이제 끝.
/
마음이 아프더라고
어쩌면 우리가 갔을 수도 있을 그곳을
떠나보내는 것이.
/
그나마 가지고 있던 거 다 탈탈 털어 내주고.
당신이 현장에 있었으면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없는 게 나은 건지도...
나는 모르는 사람
당신은 아는 사람
모르는 건 약
아는 건 병
바보 같은 나도
막상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순간순간 무참한 기분이었고
부끄럽기도 했고
슬펐어.
당신한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당신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
그래서겠지? 어젯밤 꿈은?
당신
평소에 어딜 가도 잘 연락을 안 하잖아.
전화도 빨리 안 받고.
어디야?
교회. 비 와서 와봤더니 물이 새잖아.
어디야?
운동 갔다 온다고 했는데...
올 시간돼서 안 오면
왜 안 와요?
어 나 운동 갔다가 가려고 교회에서 나왔는데.
아까 교회에서 나온다더니 왜 아직도 안 와요?
어 운동 왔었는데... 지금 갈게
생각해보니 당신 가는 곳이 교회 운동 집 밖엔 없었다....
/
어후 답답해
꿈에서도 그런 거 알아?
꿈에 우리가 무슨 학교처럼 생긴 곳에 엄청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
무슨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어.
아무튼
당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전화를 했지.
당신 전화번호 오랜만에 눌렀는데-나는 단축번호로 전화 잘 안 하잖아 -
하나도 어색하지 않게 기억하며 눌렀어.
역시 전화를 한 번에 안 받더라...
왜 안 받지 하며 계속 전화를 했는데
전화받는 당신 목소리
역시 얼버무리듯
금방 갈게
아니 어디냐고?
왜 말도 없이 가냐고?
그래도
계속
금방 갈게
그러는 거야.
나도 채근했지.
그래서 어디냐고.
무슨 일이냐고.
/
그랬더니
집에 물이 샌다고.
왜 그리 물이 새냐.
현실에서는 교회에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더니.
꿈에서는 집 벽에서 물이 샌다고 하더라고.
그러고 갑자기 당신이 나타났어.
같이 집이야기를 하며
근심스러운 얼굴로 당신이 이야길 해도
나는
사람을 불러야지 뭐.
속으로는 당신이 알아서 하겠지. 내 일은 아닌 듯. 하면서.
별로 걱정도 안 하고. - 늘 하던 대로 -
/
완전!
개꿈!
당신이 온 것 빼곤 다 개꿈.
왜?
학원에 어제부터 물이 새거든
바닥에 물이 흥건해서 깜짝 놀랐지 뭐야.
오늘은 좀 덜한데.
간헐적이야.
그래서 물이 새는 꿈을 꿨겠지.
어제 유난히 혼자 힘들었기에 당신 생각이 난 거고.
/
그나저나
이건 또 어떻게 하냐고.
당신이 있었으면
여보~ 이거 어떻게 해.
주인한테 말해야 하나?
공사 잘못해서 우리 탓이라고 할 것 같은데..
당신이 전화해봐~ 할 텐데.
난 그냥...
새는 곳 한 번씩 돌아보고
걸레 물 한 번씩 짜주며
뭉개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