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일기. 나에게 엄마는 그냥 너무 당연한 사람이었는데
누구에게나 엄마가 있다. 낳아준 엄마와 키워준 엄마가 꼭 같은 사람이 아닐 수도, 지금은 엄마가 곁에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모두에게는 한 때 뱃속에서 자신을 품어주었던 생물학적인 엄마가 존재하거나 존재했었다.
나에게는 굉장히 멋진 엄마가 있다. 우리 엄마는 1986년도에 나를 낳으신 이후 아빠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으로 나를 키워주셨다. 2015년의 12월에 지금 남편과 결혼을 하고, 4년이 지난 2019년의 11월에도 나의 엄마는 꽤 건강한 편이다. 오늘도 나는 점심시간에 병원에 다녀왔다가 회사로 들어가는 길에 잠시 엄마와 통화를 했다. 당시 엄마는 모임 친구들과 한창 즐겁게 대화하고 있던 중이었음에도 내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자리를 빠져나와 나의 이야기를 한참이나 들어주었다. 나에게 엄마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람이고, 그래서 그 당연함 앞에서 종종 나는 엄마 속을 썩이는 철없는 딸이 되어버린다. 내가 뭘 해도 엄마는 평생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줄 걸 아니까.
엄마가 당연하게 늘 내 옆에 있어줬기에 몰랐다. 나도 엄마도 둘 다 몰랐다.
엄마의 딸은 어쩌면 엄마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너도 너 같은 딸 한 번 낳아봐.
어릴 때 내가 엄마 속을 뒤집어 놓을 때마다, 엄마가 늘 한숨을 내쉬며 하던 말이다. 꼭 나와 똑같은 딸 한 번 낳아보라고. 그러면 엄마 마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있잖아 엄마. 나 같은 딸, 나 같은 아들, 나도 언젠가 낳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