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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레바람 Oct 22. 2019

난임의 기간 동안 내가 이룬 작은 성과들

난임 일기. 먼 훗날 이 날들을 나는 어떻게 기억하고 싶은가

2016년 9월 난임병원 첫 방문.


그 이후로 내가 한 일


[해외 여행]

1. 2016년 남편과 스페인 여행. 9박 10일의 빡빡한 자유 여행 일정이었는데, 남부 스페인을 렌트카로 다닐 때는 하루에 5개의 도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Sevilla → ZaharaDeLaSierra → Ronda → Mijas → Nerja 코스로.)

2. 2017년 홀로 제주도 여행. 회사에서 안식 휴가를 받았을 때, 출근해야 하는 남편을 서울에 남겨두고 혼자 4박 5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매일 10시에 숙소에서 나와 저녁 6시까지 올레길을 걸었다. 당시 손목에 차고 갔던 fitbit 시계에는 매일 하루 4-5만보 정도의 걸음수가 기록되었다.

3. 2017년 프랑스 여행. 스페인 여행때와 마찬가지로 남부 프랑스는 30분 단위로 알차게 코스를 짜고, 나머지 4일은 파리에서 여유롭게 보냈다. 살면서 달력, 곽티슈, 노트 등에서 수 백번은 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오르셰 미술관에서 실제로 접했을 때의 감동은 잊혀지지 않으리.

4. 2018년 미국 서부 여행. 밤 늦게까지 빛나던 라스베가스의 스트립.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전거를 타고 금문교를 걸었던 날 (자전거가 내 다리 길이보다 높이 위치해 있어서 타는 내내 어찌나 무서웠는지), LA에서 한겨울 패딩을 사보겠다고 헤맸던 일.


[책 읽기]

1. 벽돌책 읽기

돈키호테, 모비딕, 총균쇠, 코스모스, 우주의구조, 전쟁과평화, 죄와벌, 혐오와 수치심 등. 수년 동안 책장을 장식하던 벽돌책을 하나씩 읽어치우고 있다.

2. 책스타그램과 서평단 활동

혼자 끄적였던 책 리뷰를 정리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3. 시 읽기.

늘 난해하고 어려웠던 현대 시를 좋아하게 되었다.


[글 쓰기]

1.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2. 단편 소설을 한 편 완성하고 서너편의 미완성 습작을 했다.



내 삶은 미루기의 연속이었다. 오늘 하려던 일을 내일로 모레로 다음주로 미루다미루다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기 일쑤였다. 남의 방학 계획 세워주는 일을 업으로 한다면 참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계획만 가지고 보면 사람이 아예 새로 태어날 수도 있을 수준으로 휘황찬란하게 세우는 건 잘했다. 실행만 내가 안하면 되는 거니까.


근데 아기를 준비하면서 더 이상 미루지 못하게 된 일들이 있다. 육아가 시작되면 당분간 하기 어려운 것들. 예를 들어 코스를 빡빡하게 채워 남편과 유럽 여행을 떠나는 일. 일주일 동안 전쟁과 평화 1,2,3,4를 몰아서 읽는 일. 남편과 나, 아직 젊은 우리 둘이었기에 소화할 수 있는 일들.


지금 이 기다림의 시간은 한편으로는 자유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 시간을 허투로 보내지 않겠다.

언젠가 이 시간을 뒤돌아 보았을 때, 난임으로 힘들어 했던 약한 마음들 보다 이 기간에 내가 이룬 작은 성과들로 기억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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