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파란 활주로를 따라 미끄러졌다. 두툼한 물의 장막을 지나자 부력이 갑자기 약해지고 바닥으로 빨려 들었다. 몸을 관성에 맞긴 채 겨드랑이와 귓불을 간지럽히는 밀도의 소용돌이가 잔잔해지길 기다렸다. 고요의 순간이 오자 무릎을 한 번 더 가지런히 붙였다. 손끝부터 천천히 물을 모아 발끝까지 보낸다.
한번, 두 번
세 번, 발을 차는 사이 파란 타일이 눈앞에 왔다. 바닥까지 내려가자 폐를 가득 채운 공기는 갈 곳을 잃고 단단하게 굳어졌다. 압축된 피부 세포는 가지런히 서로 자리를 잡는다.
다섯, 여섯
일곱, 발차기에 가슴이 뜨겁다.
여덟, 아홉
이제는 올라가야 한다고 본능이 직접 뇌에 말했다. 꽉 다문 입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열릴 것이다. 밀려든 물은 폐를 꽉 채울 것 같았다. 불안은 의식을 빙글빙글 돌려 솜사탕처럼 윤곽을 흐리게 만들기 시작했다. 의심의 가루가 끈적하게 녹아 붙어 불안은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거친 기침을 뱉고 염소의 물을 먹는다. 답답한 물안경을 잡아 벗겨 차가운 물을 안구로 받아낸다. 눈은 어두워지고 몇 번의 경련과 함께 가라앉을 것이다. 이곳이 너의 종점이라고 파란 타일의 서늘한 그림자는 말했다. 건져 올린 창백한 몸을 두고 물을 뚝뚝 흘리는 사람들은 모여 이런저런 사연을 나에게 붙일 것이다.
열 하나
꿈틀거리는 폐는 완전히 타버린 공기를 토해내고 싶어 했다. 가지런해졌던 세포 하나하나는 살려달라고 아우성쳤다. 의지와 상관없이 여기까지다. 솜털의 살랑거리는 변화가 수면을 향한다고 해석되자 폐는 이미 가둔 숨을 풀고 있었다.
무엇인가 반짝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늘진 물속에 분명 어떤 빛이 있었다. 반사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빛이 굴절된 것 일수도 있다. 무지갯빛이었다. 잠깐만! 조금만 더 보고 싶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선을 제외한 모든 기관은 이미 수면을 향하고 있었다. 검은 공기를 토해내고 다시 빛을 찾았지만, 위치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무엇이었을까? 이때 까끌까끌한 느낌이 발에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