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훔쳐가진 않을까?라는 걱정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주인은 커피를 주문하러 카페로 들어가고 개들은 밖에 얌전히 기다리는 장면. 주인이 마트에 들어가 장을 볼 동안 개들은 문 앞에 앉아 얌전히 주인을 기다리는 장면. 뉴욕에 살면서 한두 번 본 장면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까지도 이 문화가 참 신기합니다. 주인이 가게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면 개는 그저 홀로 내내 앉아있는데, “누가 개를 훔쳐갈까 걱정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거든요. 그래서 다소 생뚱맞아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이 이야기를 하면서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보신탕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인이 있는 개를 훔쳐가거나, 혹은 잠시 길을 잃은 개들을 주인이 찾고 있는 새에 대려가버려 보신탕으로 써버리는 그런 믿을 수 없는 비 윤리적인 사건사고들이 아직까지도 종종 발생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솔직히, “한국이었으면 맘 놓고 저렇게 문밖에 개를 묶어 두고 가게에서 장을 보는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주인이 들어간 문만 하염없이 내내 바라보고선 개들을 보면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한국에서 대형견 여러 마리를 키우고 있는 반려인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제 개를 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고 절대 맘 편히 커피를 주문하고 있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집 근처에 보신탕집 간판이 떡하니 걸려 있는 데, 어느 반려인이 맘 편히 개들을 홀로 놔두고 커피를 주문하고 있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뉴욕처럼 본인의 개를 밖에 두고 어디론가 잠시 다녀오는 일은 한국의 개 주인들에게 있어서는 당연하게도 아주 위험한 일이 되어버리는데요. 가끔 저희 집 개들이 마당을 나가 하루 종일 들어오지 않을 때면, 머리가 쭈뼛 서지면서 제가 자꾸만 그쪽으로 상상을 하게 되는 것도 아마 같은 이유에서 일 겁니다. 생각해보면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늘어가는 반면 여전히 보신탕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꾸준한 걸 보면 우리나라는 굉장히 아이러니한 문화를 갖고 있는 듯합니다. 실제로 이곳에서도 한국 하면 아직도 개를 먹는 나라 라며 한국인을 터부시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제가 직접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제 친구 중에 개고기를 먹는 나라에서 왔다며 본인의 개에게 가까지 오지 못하게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억울한 일을 겪은 친구가 있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혹시나 이 글 전반에 드러난 제 소견에 반하는 의견을 갖고 계신 분들은, "소, 돼지는 되고 왜 개는 안돼?"라고 제게 물으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솔직히 저도 채식을 하지 않는 입장에서 할 말은 없습니다만, 솔직히 타국에서 그런 억울한 일을 당할 때마다 “개를 우리가 먹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까지 욕을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어요.(채식에 관한 이야기는 본 매거진 06편 [동물 애호가는 베지테리언이다?] 를 확인해 주세요.) 그래서 그런 얘기가 들려올 때마다 솔직히 자존심이 상한 것도 상한 거지만, 무엇보다도 어째서 한국엔 아직까지도 개고기 문화가 존재하는지_ 어째서 아직도 이 문화는 근절되지 않는 건지 스스로 자꾸만 되묻게 된다랄까요.
개를 키우는 사람과 개를 사랑하는 사람 반대편에는 개를 죽이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 개를 키우면서 보신탕을 드시는 분들도 빼먹을 수 없겠네요.) 우리나라는 그런 두 가지의 문화가 공존하는, 바깥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아주 이상한 나라일 겁니다. 그래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본다면 사실 본인의 개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했던 그 여성분의 마음도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닙니다. 우리도 생각해보면 원숭이의 뇌를 먹는 나라라며 중국사람들을 야만인 취급하곤 했던 과거가 분명히 존재했었으니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딱 이런 상황에 맞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이들 나라만의 특수한 음식 문화 외에 다른 문화들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은 지식의 결핍으로 인해 이들을 기피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아요. 개를 못 만지게 했던 그 여성분도 한국에 대해 조금 더 많은 지식이 있었더라면 아마 개를 먹는 나라라며 제 친구를 폄하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신탕집이 아직 많은 곳이 한국입니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과 개를 죽여서 먹는 사람.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사는 곳에서 언젠가 위 사진 속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만나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무려 한 달이 다되어가는 케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아직까지도 뉴스로 만나봐야 하는 이유와, 어제 초록 창의 메인에 걸린 뉴스들 중에서 작은 마을에 보신탕집이 4개나 존재한다는 헛웃음이 나오는 뉴스가 나오는 이유, 그리고 여러분이 읽고 계신 이 글이 세상에 나온 이유. 이 이유들을 한대 모아 두고 본다면 그 속에는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본질적인 사람에 관한 이야기도 존재할 겁니다.
단순히 카페 밖에서, 가게 밖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개들의 모습은 이렇게 이러저러한 문화를 따지고 생각해보면 그것이 가능할 수 있는 아주 크고 중요한 근본적인 이유들이 존재하기에 가능합니다. 그런 이유들이 우리나라에도 자리 잡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나가는 일이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며 오늘 글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