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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펫크리에이터 모리 Mar 05. 2019

어서 유모차에 타시 ‘개들'

나이가 들면 거동이 힘든 건 개들도 마찬가지

오늘 “어서 유모차에 타시 개들” 편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면서는 지난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 개들” 편에서 꽤나 진지한 이야기를 했던 것과는 달리 특별히 전달하고자 하는 논점은 없습니다. (답글은 일일이 달고 있지 않지만, 남겨주신 댓글들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뉴욕에 길거리를 다니면서 신기하게도 참 자주 만나게 되는 유모차에 올라 탄 반려동물에 대한 문화를 보여드리고자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종종 유모차에 작은 개들을 태우고 거리를 다니시는 장면들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뉴욕에서는 개를 태운 유모차를 언제 어디서고 참 빈번하게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일 것 같은데요.


예쁜 꽃들로 장식된 유모차와 강아지 공주님_New York. 2018. Film


뉴욕 사람들이 개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구글에 검색을 해 보시면 Dog stroller (강아지 유모차)의 목적은 아래와 같다고 나와있습니다.


노인분들이 개를 산책시킬 때 노인분들의 거동에 편안함을 드리기 위해, 혹은 개들을 안전히 산책시키기 위해 강아지 유모차를 사용한다.


개들을 안전하게 산책시키는 건 이해가 가지만, 노인분들의 거동에 편안함을 드리기 위해서라는 설명에는 아마도 고개를 갸우뚱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설명드리자면, 뉴욕에 계시는 노인분들은 Walker라고 불리는 거동을 돕는 바퀴가 달린 이동 의자 비슷한 것 (한국에서는 보행기라고 불리는 것과 같은 것 일 겁니다.)을 유모차를 끌듯 갖고 다니십니다. 아마도 개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할 때 유모차가 마치 Walker와 같은 기능을 한다는 의미에서 말하는 목적이 아닌가 라고 살며시 추측을 해보는데요. 그 외에 특별하게 노인분들에게뿐 만 아니라, 강아지 유모차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미처 생각지 못했던 여러 가지 목적으로도 쓰이곤 합니다. 


유모차가 아닌 다양한 이동수단에 개를 앉혀 끌고 다니기도 한다_New York. 2018. Film


강아지 유모차의 목적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리자면, 


첫째, 개가 오래 걷지 못할 만큼 아픈 경우. 둘째, 사람이 목줄을 씀으로써 개의 힘을 감당하기 힘들 만큼 아픈 경우. 셋째, 유모차에 태운 반려동물만 출입이 가능한 상점이나 가게를 방문할 경우. 넷째, 사람들에게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개의 경우 등 강아지 유모차의 이용목적은 상당히 다양합니다. 


마지막에 언급한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개의 경우" 유모차를 사용한다라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제가 부가적인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목줄을 하고 산책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길거리의 행인들과 부딪치기도 하며, 또한 종종 개에게 인사를 건네러 다가오는 행인들도 꽤나 많기 때문에 강아지를 심리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유모차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매거진 초기에 여러 번 언급드렸던, “뉴욕은 산책하는 행인들과 반려동물들이 서로 거리낌 없이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있다.”라는 얘기를 생각해 보신다면, 아무래도 사람에게 학대를 당했던 트라우마가 있는 개의 경우 목줄을 하고 맘 놓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에게 위험할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강아지 뿐 만 아니라 고양이도 이렇게 유모차에 넣어 산책을 시키는 사람들도 있다_New York. 2018. Digital


아픈 개를 굳이 유모차를 써서 까지 산책을 시켜야 하나?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개의 경우는 그렇게 설명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또 위와 같은 다른 질문을 던지시는 독자분들도 계실 것 같아 이야기를 덧붙이자면요. 뉴욕의 반려동물 산책 문화를 몰랐던 과거의 제가 이 글을 읽었다면 저도 아마 여러분과 같이 위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굳이 의무적으로 산책을 해야 한다거나, 반려동물을 자주 산책시켜줘야 한다는 공공연히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문화는 딱히 없으니까요. 하지만 뉴욕에는 산책을 적어도 일주일에 2-3번은 시켜줘야 한다. (혹은 매일 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뉴욕의 반려인들도 여럿 보았습니다.)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아프다고 몇 날 며칠 반려동물을 집에만 두는 것이 오히려 반려동물의 건강에 해가 된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함박눈이 내린 다음날. 추위를 피해 유모차 안으로 피신!_New York. 2017. Film


저도 한국에서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골든 레트리버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이해가 되는 문화인데요. 저희 개도 며칠 밖을 걸려주지 않으면 몇 날 며칠을 꼼짝 않고 누워서 점점 병세가 심각해지는 게 눈에 띄게 보이거든요. 비록 몇 걸음 걷지 못하고 자주 쉬어가야 할 만큼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바깥 풍경을 보고 다른 개들도 잠깐이나마 만나보고 하는 것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확실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저희 개에게 큰 유모차 하나를 사줘야 할 듯도 싶네요. 뉴욕에서도 대형견이 유모차에 앉아가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만은, 늙으면 걷는 것조차 힘든 건 소형견이나 대형견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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