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받는 삶에서 주는 삶으로

기버로서의 삶을 시작하며

by 아침사령관

저는 지금까지 베풀며 살지 않았습니다. 제 먹고살기 바쁜 삶 속에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은 애초에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평생 이타적이기보다는 제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주위에 어려운 사람이 있어도 못 본 척하며 애써 외면했고, 오로지 제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어쩌면 제 주변에 진실한 친구가 없는 이유도, 사람들에게 베풀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TV에서 수많은 기부 광고를 보았지만 단 한 번도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기부는 한 달에 1만 원, 2만 원이면 충분했지만 그마저도 아깝다는 생각에 전혀 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늘 막연히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그때는 기부해야지”라고 미루었습니다. 그러나 언제 큰돈을 벌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지금은 돈이 없다”는 핑계로 기부를 뒤로 미룬 채 살아왔습니다.


가족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베푸는 마음보다는 짜증과 화가 먼저였고, 늘 주기보다는 받으려고만 했습니다. 가족이 아무리 양보해도 제 욕심은 끝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밖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제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가족은 나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부끄럽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던 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시점은 글쓰기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글을 쓰며 저 자신을 깊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철저히 이기적이었고, 지독한 개인주의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런 태도가 결국 가족과의 관계까지 멀어지게 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며 깨달았습니다. 받는 것이 아닌, 베풀고 줄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더 크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한 구절은 제 마음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나를 구하는 유일한 길은 남을 구하려 애쓰는 것이다.”


타인을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이 시간이 지나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지금 베푼다고 해서 언제 제게 돌아올지는 모릅니다. 1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아니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나눈 작은 마음이 누군가에게 씨앗이 되어 꽃을 피운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되돌아온다고 믿습니다.


작가가 위대한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자신의 사색과 인사이트를 책 속에 담아 독자에게 기꺼이 내어주기 때문입니다. 책은 결국 작가의 분신 같은 존재이고, 그 안에는 오랜 경험과 사유가 응축되어 있습니다. 독자는 그 진심을 받아들이고, 그 울림은 다시 작가에게 돌아옵니다. 그래서 작가는 꾸준히 쓰고, 독자와 함께 호흡하며 살아갑니다.


저 역시 이제는 베푸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전자책을 쓰며 제 생각을 나누고, 독서 모임을 통해 함께 습관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작은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찾아보면 제가 베풀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만, 자기중심적 시각으로는 결코 타인을 위한 마음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길은, 남을 위하려는 애씀 속에서 발견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기버(Giver)의 삶을 살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순간부터 이미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베풀며 살아가는 삶은 당장은 손해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가장 많은 것을 얻게 되는 길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승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keyword
이전 11화작은 목표가 큰 성취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