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다' 석양

#10 호이안성당, 후에도착

by 아샘


적절한 타이밍에 후에의 '답다'교를 걸었고, 아름다운 주황색을 마주한다.
아, 그저 석양을 보았을 뿐인데 후에가 갑자기 좋다.





호이안 성당


1615년에 설립된 아마도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되었음직한 호이안 성당으로 아침산책을 간다.


호이안에 있는 동안 파트너는 꼼짝도 못 하고 숙소에만 머물렀다. 갑자기 열과 근육통이 찾아와서 약 먹고 푹 쉬었다. 덕분에(?) 보통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1-2일 정도 돌아보는 호이안에서 나는 3일을 잤고 벌써 4일째를 맞이했다. 이제는 아침 풍경이 익숙하고, 길을 잃어버릴 걱정도 없고, 몇 시쯤이면 관광객이 가장 많은 지 등을 가늠할 수 있고 약국이 어디 있는지, 여행사는 어디 있는지, 관광객이 잘 다니니 않는 여유로운 길은 어디인지 정도는 안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도 막상 호이안을 떠난다니 아쉽다. 좀 멀리 떨어진 성당까지 굳이 또 아침 산책을 가기로 한 이유다.


성당 바깥문은 잠겨있었으나, 좀 돌아가니 옆 문이 열려있어서 안마당으로 들어가 걸어본다. 성당 본당 내부로 들어가는 문들은 다 닫혀있고, 주변에 청소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그저 주변을 조용히 돌았다. 오토바이가 분주하게 다니고 벌써 길거리에는 식사하는 사람들이 가득 앉아있고, 여행객들이 몰려 돌아다니며 사진 찍기 시작하는 분주한 아침. 호이안 성당 안마당에는 아무도 없이 고요하다. 나는 아마도 이런 고요함을 느끼기 위해 찾아왔을 것이다. 본당 안을 구경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나가려 했다.


야외식당에서 아침 식사하시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잠깐 머뭇거리면서 교회 내부를 볼 수 있냐고 조용히 물으니 기도하려고 그러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다.(^^) 식당과 가까운 문을 열어주셨다. 드디어 내부를 둘러보게 되었다. 잠시 본당을 바라보며 의자에 한참 앉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내부의 모습도 사진에 담았다.


어느 성당이나 본관을 들어가지 못하게 막지는 않는다. 다만, 성당에서 정하는 원칙들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성당들은 미사 시간에만 둘러볼 수 있고, 어떤 성당들은 정해진 시간을 두기도 하고, 이렇게 기도하는 사람을 위해선 언제든 성당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성당 내부는 아담하고 깔끔하고 단정했다. 하얀색으로 칠해진 내부 벽, 작은 창에 비친 스테인드글라스가 포인트를 주지만 이 또한 전혀 화려하지 않았다. 소박한 듯 세련된 느낌이다. 올드타운 하고는 좀 떨어져 있지만, 혹시 여유가 된다면 한 번쯤 들러보라고 하고 싶다.


오래전 중국과 일본과 활발히 무역을 하던 도시 호이안. 전쟁으로 다 부서진 베트남이지만 이곳 호이안은 옛 마을을 그대로 간직하였고 성당 역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여행객들로 넘쳐나는 호이안의 오래된 담장과 고즈넉한 성당 모두 다 호이안의 아름다운 풍경들이다.

방문 티켓 한 장이 남아서 마지막으로 오전의 올드타운을 둘러보았다.


광둥 회관은 광둥성 출신 상인들이 세운 회관이라고 한다. 꽌꽁서당과 같이 관우의 사당이 있고, 주작의 조각상이 보이는데 그 뒤로 거북이가 아래에 눌려 있다. 유비, 장비, 관우가 도원결의한 그림도 걸려있다.

6월 첫 주 오늘은 조상님께 예를 바치는 날이란다. 거의 모든 장소에서 기도상을 차려놓고 향을 피우고 있었다. 한 해의 반을 보내고 이제 남은 날들 또 최선을 다할게요...라는 마음이겠다. 그 마음 간직하고 이제 정말로 아쉬운 마음으로 호이안과 작별을 고했다.





후에로 가는 버스


버스를 탔다. 누워가는 버스다. 완전히 눕는 건 아니고 한 150도 정도 눕는다. 발 뻗고 앉아서 가도 된다. 신발은 벗고 올라타야 한다. 2층으로 되어있고 3열이다~^^ 여행사는 택배사 같고, 이 버스는 택배 버스 같다. 사람보다 택배 짐이 더 많아 보였다. 버스가 떠나기 전에 짐을 갖고 오는 사람이 몰려들었다. 짐을 싣느라 한참을 기다리고, 또 짐 공간을 닫는 문이 고장나 긴급히 고치는 것을 끝까지 지켜봐야 했지만 이 또한 여유로운 웃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


다낭을 지나 후에로 가는 풍경은 아마도 베트남에서 가장 예쁠 것이다. 창문을 보며 눈 속에 꾹꾹 담아 넣었다. 꼭 한번 더 오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서. 그때는 꼭 기차를 타야지.... 하면서.



후에 답다교 석양


후에에 도착하고 잠시 쉰 후 저녁을 먹으러 걷는 길. 적절한 타이밍에 후에의 '답다'교를 걸었고, 아름다운 주황색을 마주한다. 아, 그저 석양을 보았을 뿐인데 후에가 갑자기 좋다. 후에에 잘 왔어! 열렬하고 따뜻한 환영인사 같았다.


저녁은 완전 로컬 식당을 경험해 보기로 했다. 후에에 가면 꼭 먹어보라는 '껌헨'과 '분헨' 그리고 '슈가케인' 주스를 시켰다. 유명한 집인지 자리가 꽉 차서 겨우 테이블 하나 남았다. 이 집은 헨 요리만 하는 곳이었다.


껌헨은 밥 위에, 분헨은 국수 위에 삶은 재첩과 채소, 땅콩 등을 올려 비벼먹는다. 수프를 주는데 재첩국과 맛이 똑같다. 맛나고 가격 초저렴, 하지만 점심도 거른 터라 간에 기별도 안 갔다. 가격은 슈가케인 두 잔과 다 합해서 40,000동 ( 2,000원, 1인당 1,000원씩).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쌀 국숫집을 찾았다. 역시 후에에서 유명한 '분보후에'만 파는 집이었다. 이 집도 사람들이 많아 한참을 기다렸다. 거의 5-6분이 일하는데도 말이다. 소뼈를 고아낸 육수에 고기 듬뿍, 선지까지 고명으로 얹힌 쌀국수다. 야채까지 넣어먹으니 갑자기 배가 불렀다. 과식을 하고 말았지만 국물이 정말 좋았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돼지국밥이나 선짓국 싫어하는 사람들은 약간 걸쭉한 분보후에를 보면 별로일 수 있다. 뭐든지 경험하는 것 좋아하는 나는 약간 지저분한 식당에서 파는 진한 국물 맛의 쌀국수가 꽤 괜찮았다.


여행자 거리를 걷다가 돌아왔다. 이곳 여행자 거리는 젊은이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음악소리도 크게 들린다... 이곳은 대도시다.



2022년 6월 3일, 후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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