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후에 황성, 야경 시클로투어
이렇게 천천히 성을 음미하는 동안,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우아한 삶을 상상하고, 아름다운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받고 나면,
아침 일찍 황성을 돌아보기로 했다. 1802년부터 1945년까지 베트남의 수도였던 곳이 후에다. 황성은 응우옌 왕조가 건설한 황제의 궁궐이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고 한다. 자금성을 모델로 지어졌다고 하는데, 자금성에 가 본 적이 없으니 상상이 안되고, 비교도 안된다. 그래도 거대하다. 성을 돌아보기로 했다면 하루를 온전히 성에서 지낼 생각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너무 더워서 아침 일찍 반미 샌드위치 하나 사서 가방에 넣고 출발했다. 입장료는 200,000동/1인, 오디오 가이드(한국) 100,000동이다.
8시쯤 도착하니 응오문 앞에서 위병 교대식이 막 열리고 있었다. 막 거창하지 않고, 약간 귀여운 느낌까지 드는 행사였다. 베트남 전통음악이 배경으로 들리고 교대하는 병사들은 큰 창을 들고 걸었다. 위엄은 좀 덜한 듯했다.
이 글의 황궁 내 건물 명칭은 오디오 가이드 한국 버전에 나오는 대로 적었다. 오디오 가이드에서 제안한 대로 루트를 정해서 걸어 다녔는데, 가이드 리플릿에는 가이드 번호가 누락된 것이 꽤 있어서 찾아다니기 쉽지 않았다. 좀 더 섬세한 설명과 안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 황성과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한국어 가이드를 동반한 투어에 참여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영어가이드도 괜찮으면 가이드 동반하는 걸 추천한다. 우리는 파트너의 컨디션때문에 각자의 탬포대로 돌아다녔다. 나는 오디오 가이드 덕분에 그 큰 후에성에서 중요한 곳을 빠뜨리지 않고 둘러볼 수 있었다. 베트남의 현대사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왕조시대에 대해서는 사실 잘 알지 못해서 그저 건물의 화려함과 거대함을 둘러보는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그저 오래된 성을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운치 있다. 오래된 담과 다리 그리고 작은 성들과 큰 성들 사이의 돌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오래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황성은 전체가 큰 정원인데 중간에 작은 정원과 작은 호수들도 많다. 후에성 전제로 볼 때 작은 정원이지 실제로는 작은 정원만으로도 멋진 풍경이다. 뜨거운 태양이 좀 덜한 때라면 고성을 산책하며 데이트를 해도 좋고, 그저 운동 겸 산책을 하기에도 좋고, 쉼터에서 책을 읽어도 좋을 만한 하루 종일 후에성을 품으며 뭔가를 할 수 있는 너른 공간이다. 이렇게 천천히 성을 음미하는 동안,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우아한 삶을 상상하고, 아름다운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받고 나면 후에성은 이따금씩 자신의 삶을 리프레쉬하고 싶은 장소로 기억될 수도 있겠다. 그러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공간이 될 수도 있겠다. 물론 사진을 찍을 만한 포토존도 참 많다.
간식을 좀 가져와서 곳곳에 마련된 나무 아래 벤치에서 먹으며 쉬면서 걸어 다녀야 한다. 성은 너무나 크다. 다리도 아프고, 6월은 너무 덥다. 음료 파는 곳과 화장실이 중간중간 잘 갖춰져 있어서 크게 지칠 염려는 없다.
대조원
황제 즉위식이 열리던 곳이며, 공사 중이다. 사진은 문, 무관이 국사를 논의하던 장소와 청동 가마솥이다.
태화전
사원 묘문, 현림각, 구정(9개의 솥-국보) 커다란 청동 솥이 장관이다.
세조 묘, 지신 사당
흥묘, 봉선 전
연수궁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궁이었다. 여성스럽고, 연못도 예쁘고 무엇보다 잘 복원된 것 같았다. 자롱황제가 어머니에게 바쳤던 궁이라고 한다.
정원들
곳곳에 정원이 있는데, 가운데 사진의 소방원은 특히 그림같이 예쁜 곳이다. 잠깐 쉬어가면 좋다.
열시당(왕실 음악당)
꼭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음악당은 무척 화려하다. 공연을 한다고 하는데, 시간대가 맞으면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늦은 점심은 다시 로컬 껌헨집이다. 껌헨(재첩 덮밥), 따다(아이스티), 헨짜오(재첩 볶음), 케밥(옥수수죽, 디저트)을 먹었다. 흐엉강 안에 자그마한 섬이 있고, 그 섬 안에 있는 식당이다. 아주 친절한 아주머니 덕분에 추천해 주신 음식들을 다 시켜 먹었다. 배부르게 먹고 120,000동이다. (6,000원/2인)
로컬 식당은 구글맵에 있는 곳엘 가려고 했는데 찾지 못해 다른 곳으로 갔다. 베트남이 관광객을 받은 지 얼마 안 되어 그런지 구글맵이 잘 맞지 않았다. 감안하고 여행을 다녀야 할 것 같다.
날이 더워서 걷는 게 고통스러울 정도라 계속 그랩을 이용하게 되었다. 택시는 에어컨이 잘 나왔다. 후에 에서는 그랩 카를 부를 때 금액이 정해지지 않고 금액의 범위를 제시했다. 65k~ 75k 이렇게. 운전자는 도착 후 금액 제시를 하는데 범위 내에서 한다.
저녁을 먹고 시클로투어를 해 보았다. 둘이 타는데 200,000동. 후에 구시가를 한 바퀴 돌고 오는 코스다. 자전거로 두 사람을 태우고 운전하시는 데 힘드실 것 같았다. 구시가를 돌아보다 호찌민의 어린 시절 집을 가르쳐주셨다. 고마운 마음으로 음료수 하나 사드리고 팁도 조금 드렸다.
후에는 큰 도시다. 게다가 지금은 6월. 이곳 다낭과 후에 지역은 아마도 우기도 시작되지 않은 일 년 중 가장 더운 계절인 것 같다. 날씨로 보면 온도가 35도, 36도를 오르내린다. 호이안에 4일 있으면서 비를 딱 한 번 만났듯 이곳 후에에서도 비를 구경하기는 힘들었다.
더우니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걷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니 점심을 먹으려고 해도 아주 가까운 곳이 아니면 차를 타게 된다. 만약 혼자 여행이라면 비용을 아끼려고 바이크를 탔을 것 같지만, 너무 덥다. 바이크를 타든 시클로를 타든 뭐든 태양 아래서는 다 덥다. 택시라도 좋으니 태양을 덮는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곳 사람들은 더위에 익숙해서 그런지 에어컨 있는 카페와 식당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비싼 호텔, 하일랜드 같은 고급커피점에나 가야 에어컨이 있다. 여름에 카페나 식당에서 에어컨 없이 장사할 수 없는 나라, 한국과 비교하니 새삼스레 우리나라의 쾌적한 에어컨 설치가 그립기도 했다.
내일은 퐁냐께방으로 가볼까 한다. 갑자기 정한 일정이다. 퐁냐께방으로 가는 공용 교통수단도 쉽지 않아 (버스나 기차) 여행사에서 운행하는 버스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하루에 한 번 오후 4시에 출발한다고. 아무래도 코로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 듯하다.
2022년 6월 4일, 후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