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굿바이~ 구부 씨~
20년 추억의 책장을 덮으며...
20여 년 전,
평생을 함께 할 것을 약속하고
함께 길을 걸었던 구부 씨(=전남편).
삶의 고비마다
서로 응원하고 지지해 주던 기억이
조금씩 옅어져 간다.
행복해지기 위해 함께했지만
마지막은
조금이나마 덜 불행해지기 위해 헤어졌다.
결혼을 후회하지 않는다.
빛나는 아이들이 내 품에 있고
나쁜 기억도 좋았던 기억도
두꺼운 20년짜리 기억앨범으로
내 마음속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평소엔 덮어두고 장롱 깊이 묻어두고 지내지만
점차 나이가 들고 여유가 생기면
때때로 살아온 인생의 발자취를 따라 펼쳐볼 것이다.
이혼을 할 즈음에는
앞길이 막막했다.
먹고살아야 하는 것도
혼자 짊어져야 하는 삶도
두 아이들을 오로지 책임져야 하는 것도
길도 안 보여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는데
먼 미래보다
하루하루를 성실히 보내다 보니
어느덧 이혼 3년 차,
조금은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혼자 걷는 길에 어느덧 익숙해졌다.
이제 구부 씨(=전남편)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안다.
이혼 역시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기에 이혼할 용기가 있었음에 감사할 뿐이다.
시간이 이토록 지난 지금에야
고해성사하듯 털어놓는다.
한 때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왔던 생각에 억울했지만
그것 역시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감정이라는 것을..
한동안 이혼을 선택하지 못했던 것도
결국 이혼을 선택했던 것도
나 자신이 더 소중했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건넨 말속에..
수많은 글 속에..
아이들과 가정을 위한다는 것은
핑계와 변명의 일부였다는 것을..
나의 40대는 바람 잘 날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고
터널 안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날들이 많았다
40대를 마무리하는 즈음 바람이 잦아들어
이제서야 하늘을 올려다보며 걸어다닌다.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땐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져 있었다.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게 불행이 찾아올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겐 본인몫의 크고 작은 문제가 있다.
사람들의 목소리에 더 깊이 귀를 기울이고
그전에 볼 수 없었던 순간을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스스로 위로하고
스스로 다독이며
작은 것부터 나 자신의 의사를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현재의 삶에 익숙해질수록
나를 감싸고 있던 불필요한 감정들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었다.
널 만난 것도 헤어진 것도 후회하지 않아.
그 모든 선택은 나에게 최선이었어.
안녕~구부씨~
잘가~굿바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