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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선물

by 하루한끼

"누나, 잠시 이 방으로 와~~"

막둥이가 명절 때 날 조용히 부른다.

(막둥이라 부르지만 마흔이 훌쩍 넘은 막내남동생이다.)


"누나야.

**이(올케)와 내가 의논해서 준비한 건데

이건 누나 취업선물 상품권

이건 누나 일하면서 커피 사 마셔!

그리고 축하해."



막둥이가 상품권과 별다방 카드를 내밀었고

순간 망설이다가 받았다.



누나가 되어

주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받아도 되나 싶기도 했고

그렇다고 안 받을 수도 없고

신경 써주고 축하해 주는 그 마음을 생각하며

받긴 받았다.



그리고 정신없이 저녁 식사 준비하고

다 같이 맛있게 먹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


오래전부터 친정가족들을 만나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아마 애들 아빠와

이혼여부를 두고 고민할 때부터 몇 년간...

친정가족들 보는 것이 힘들어

명절이 제일 싫은 날이기도 했었다.


가족들이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될 거라 믿고 살았는데

막상 힘든 일이 생겨 무너지기 바로 직전에,

별생각 없이 내던지는 물음? 수군거리는 느낌,

나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 등등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했다.


특히나 이혼 후 공무원 공부를 하던 그 시기에

불안정하고 대책 없어 보였던 나에게..

그 불신의 시선이나 눈빛을 받아내는 것이

너무나 버거웠다.


대책 없이 이혼은 왜 했냐.

공무원은 공부한다고 다 되더냐

네 나이가 몇 살인데..

등등


둘러서 말하거나

거리를 두기도 했다는 걸 잊지 못한다.


사이가 조금 나아진 건

시험에 합격한 이후부터이다.


그제야 다들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사실 나의 삶이 그리 달라지지 않았지만)



가끔 나는

나를 믿고 바라봐주는 존재가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밥은 잘 챙겨 먹고살아?

헤어지고 나니 어때?

어렵거나 힘든 건 없어?

널 믿어보렴.

네가 그리 선택한 이유가 분명 있을 거야.

행여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괜찮으니

혼자 끙끙대지 말고 얘기해~~



예전에도, 지금도

항상 듣고 싶은 이야기이다.



그런 말을 해주는 존재가 있었다면

어쩌면,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던

그 고립감과 슬픔이 덜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나의 부모는

각자의 삶에 버거워 버티는 것도 힘들었고

그런 부모 밑에 자랐던 나의 형제들도

자신들의 문제만으로도 벅찼다.



그 모든 기대가 사라지는

중년의 어느 나이에

막둥이가 누나라고 챙겨주는 마음을 보니

살짝 눈물이 고였다.



표현이 서툴러

아프고 서운했던 그 시간들을 뒤로하고


가장 중요한 마음 하나만 생각해보려고 한다.


가족이기 때문에

걱정이 되고

가족이기 때문에

잘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은

진실이라는 것,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서로 지켜봐 주고 있다는 것..


다른 부수적인 것들은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그 진실 하나만 간직하며 살아가자고



잘 살아가고 싶다.

모두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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