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숨이 좋은 소리를 만든다

숨이 전부다? 전부다!

by mbly

강사님들도 스피치 클래스에 많이 오세요. 초보강사님들 뿐만 아니라 이미 경력이 꽤 된 강사님들도 자주 뵐 수 있습니다.


강사님들 하면 이미 본인의 분야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말하기에 있어서도 전문가 분들이 신데, 왜 스피치를 배우려고 하시는지 저도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오히려 아나운서에서 강사로 변신한 제가 그분들께 배워야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목이 아픈 게 나아지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즉 생각을 정리하거나 논리적으로 내용을 구성하는 데에는 말할 필요도 없이 훌륭하셨습니다. 전문가이시니까. 또 말하는 경험을 계속하다 보면 긴장하는 것도 줄어들고 버벅거리는 것도 좋아지면서 말솜씨는 자연스럽게 느셨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목소리를 관리하는 건 다른 일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목이 안 아프게 말을 할 수 있는지, 알려드릴 때마다 굉장히 열심히 따라오셨습니다. 이해가 잘 안 되시는 분들은 개인적으로 통화도 요청하시면서 연습을 하셨지요.


변호사님과 교수님도 제 스피치 클래스에 오신 적이 있습니다. 아나운서와 함께 '말'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직업군이죠. 처음에는 좀 부담되더라고요. '말하기에 있어서 베테랑이신 이분들이 저에게 왜 오셨을까?'


그런데 이분들 역시 강사님들처럼,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내용에 있어서는 완벽하시지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표현에 있어서는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셨더라고요.


듣는 이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좀 더 인상적으로 전달하려면, 더 설득력을 가지려면 어떤 목소리로, 어떤 말투로 전달해야 하는지 제가 알려드릴 때마다 크게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굉장히 열심히 연습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보니 의사분들도 그렇고 직장인 분들 중에서도 직급이 높은 분이실수록, 즉 오히려 말하기 경험이 많으면 많으실수록 더 열심히 따라오셨던 기억이 나네요. 목소리와 말투에서 약간의 변화가 일어나도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걸 이미 현장에서 깨달으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목 안 아프게 말할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목소리를 잘 다듬을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편안한 말투를 쓸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해 저는 이렇게 대답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선 숨을 잘 쉬어야 합니다.



"그런 건 발성연습으로 고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물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발성연습으로 목에 무리가 가지 않게 소리 내는 법을 몸에 익히면 목을 안 아프게 할 수 있어요.

발성연습으로 톤을 조절하고, 공명을 넣으면 목소리를 잘 다듬을 수 있습니다.

발성연습으로 편안한 목소리를 만들어주고 소리의 길이를 조절하면 편안한 말투를 쓸 수 있어요.


하지만, 발성연습이 잘 되려면 우선 숨을 잘 쉴 수 있어야 합니다. 소리의 재료는 숨이거든요.


좋은 숨이 좋은 소리를 만든다.


그래서 숨으로 시작하려고 해요.


어쩌면 스피치에서 숨이 90%까지 비중을 차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그렇게 나요?" 네. 그렇게 나요.


한번 이야기를 이어 볼 테니 그럴듯한 말인지 판단을 좀 해주세요.



저는 입사를 하자마자 퇴사할 때까지 10년 동안 매일매일 뉴스를 진행했어요. 아침 일찍 진행하는 TV 뉴스부터 저녁에 진행하는 메인뉴스까지.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라디오 뉴스도 마찬가지고요.


똑같은 일을 매일 하는 거니까 뭐 조금만 익숙해지면 눈 감고도 할 수 있겠다 싶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아니요. 어려웠어요. 베테랑이 된 이후에도 긴장감을 놓지 않았습니다. 신입시절에 고생을 한 건 말할 것도 없고요. TV 뉴스 다르고, 라디오 뉴스 다르더라고요. 똑같이 읽으면 안 되었습니다.


TV 뉴스와 라디오 뉴스, 아나운서들이 진행하는 장면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TV 뉴스는 이런 모습이죠.


news-anchor.png


바른 자세로 앉거나 서서 진행합니다. 저는 이건 크게 어려울 게 없었습니다. 교육받을 때 바로 그 자세였거든요. 여러분을 코칭할 때도 이렇게 연습하라고 제가 말씀드립니다.


또 TV 뉴스는 정면에 놓인 카메라를 보고 진행을 해야 하니 의식하지 않아도 자세가 저절로 바르게 만들어졌습니다. 자세가 바르게 만들어지니 자연스럽게 목구멍에서 배까지 숨이 드나드는 길도 똑바로 만들어졌고요,

똑바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숨을 깊게 들이쉬고, 크게 말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앵커분들이 스튜디오가 쩌렁쩌렁 울릴 만큼 큰 소리로 진행을 하고 계셔서 배에 힘을 더 넣는 연습을 했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에도 적응이 필요했지만, 교육받은 그대로 하면 괜찮았어요.


참, 프롬프터(카메라 앞에 글자를 띄우는 장치)에 모든 원고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라서 아래 데스크에 놓인 원고도 읽어야 합니다. (문단이 3개라 하면, 1개 문단만 프롬프터에 띄우고, 나머지 문단은 원고를 보고 읽습니다) 하지만 자세가 고정값이라 크게 몸이 흐트러지지 않았어요. 살짝 들고 읽어도 괜찮았고요, 마이크가 지향성이라 잡음을 잘 잡아줬거든요.



저는 처음에 라디오가 TV보다 더 편할 줄 알았어요. 안보이니까요. 그런데 웬걸. 라디오는 보이지 않는데도 더 신경 쓸 것이 많았습니다.


라디오 뉴스를 진행하는 부스는 작아요. 작은 방에서 코 바로 앞에 마이크를 놓고 원고를 읽어 내려갑니다. 그런데 이게 자꾸 목이 아래로 꺾이더라고요.


무슨 말이냐면, 종이 원고를 책상에 두고 읽어 내려가야 하니까, 앞을 보고 말하는 게 아니라 아래를 보고 말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숨 쉬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옆에서 본다고 상상해 보세요. 목구멍에서 배까지 숨길이 구부러지죠?


숨길이 구부러지니 숨이 배까지 깊이 드나들지 못해서 가슴으로 얕게 숨을 쉬게 됩니다. 얕게 숨을 쉬니 조금이라도 긴장되면 그 떨림이 그대로 전해지더라고요.


또 얕게 쉬면서 소리가 생각만큼 잘 안 나오니 목에 더 힘을 주고, 목에 힘을 주면 목이 점점 더 건조해지니 소리가 갈라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음이탈도 나고요.


마이크도 달랐어요. 라디오 부스에는 지향성 마이크를 쓰지 않아서 조심하지 않으면 잡음이 많이 섞입니다. 왜 우리 라디오 프로그램 들을 때 DJ들이 종이를 사라락 넘기는 소리 들어본 적 있죠? 숨을 잘 쉬려고, 얼굴을 들고 말하려고 원고를 들고 하면 종이가 팔랑거리는 소리가 들어가 지저분해졌어요.


숨이 잘 안 쉬어지는데, 작지만 공명이 잘 들어간 또렷한 소리로 말을 하라니! 저는 라디오 뉴스가 TV보다 수천 배 더 어려웠습니다.


숨을 어떻게 쉬는가, 숨을 제대로 쉬는가 그렇지 않은가

숨에 따라서 말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구나! 이걸 그때 깨달았지요.



스피치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영상도 많이 보시고, 학원에도 찾아가 보셨을 텐데요, 반드시 복식호흡부터 시킬 겁니다. 맞죠?


숨의 중요성에 대해 잘 모를 때에는 '말하는데 호흡 연습이 왜 필요하지?' '무슨 한 달 동안 복식호흡 연습만 시키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 그랬습니다. 하지만 실제 일을 해보면서 완전히 알았어요. 숨길을 어떻게 만드느냐 즉, 자세를 어떻게 바로 잡느냐에 따라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요.


숨, 잘 쉬어야 합니다.




또 발칙한 문장 하나 써보겠습니다.


숨만 잘 쉬어도 메시지 전달이 잘 된다.


그러면 또, 메시지 전달을 말이라고 본다면, '숨만 잘 쉬어도 잘 말할 수 있다'까지 연결해도 될 것 같아요.


숨만 잘 쉬어도 잘 말할 수 있다.



자, 이건 또 무슨 말이냐면요.


첫째는 숨에 집중하는 첫걸음부터 제대로 떼어보자라는 의미입니다. 머릿속에 온갖 상념을 넣어두고 숨만 잘 쉬면 말이 술술 나온다는 게 아니고요, 숨이라는 게 우리가 평소에는 의식도 못할 만큼 저절로 되는 거라 별 게 아닌 걸로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사실 참 중요하다. 스피치를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의식하면서 숨을 쉬어야 한다는 말씀을 한번 더 드리고 싶은 겁니다.


둘째는 띄어쓰기 혹은 띄어 읽기 아시죠?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어떻게 띄어 읽느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잖아요. 아니 띄어 읽지 않으면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런데 띄어 읽으라는 말은, 다시 말해 그 자리에서 숨을 한번 쉬라는 말입니다.


띄어 읽어라 = 숨 쉬어라


(리듬, 강조 요법으로 들어가면 띄어 읽는 부분에 숨을 참으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만, 극적인 효과를 주는 요소로써 숨을 참는 방법은 차후에 말씀드리고 우선 여기에서는 숨을 쉬는 띄어 읽기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띄어 읽기 할 때는 어떻게 하죠? 의미별로 띄우라고 하죠? 의미가 달라지는 부분에서 띄어 읽어야 합니다.


하나의 의미가 연결될 때까지 쭉 읽어주고, 띄우고 (쉬고) 그다음 문장을 읽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내일 비 소식이 있다더니

오늘은 제법 바람이 시원하네.

창문 좀 열어서 집안 환기 좀 시켜야겠어.


여기 어떻게 띄어 읽을까요?


내일 비 소식이 있다더니 V

오늘은 제법 바람이 시원하네. V

창문 좀 열어서 V 집안 환기 좀 시켜야겠어.


띄어 읽는 부분을 V로 표시해 봤습니다.


내일 비 소식이 있다 - 의미 1

오늘은 제법 바람이 시원하다 - 의미 2

창문 좀 열어서 - 의미 3

집안 환기 좀 시켜야겠어 - 의미 4


이렇게 각각의 의미별로 띄어 읽어야 상대에게 오해 없이 전달할 수 있습니다. 같은 얘기로 이렇게 각각의 의미별로 숨을 쉬어 읽으면 상대에게 오해 없이 전달할 수 있습니다.


숨을 잘 쉬면, 메시지 전달이 명확해집니다.
숨만 잘 쉬어도, 말을 잘하게 됩니다.


발칙했던 이 문장, 지금은 좀 동의가 되시죠?


그렇다면 이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하겠네요.


"어떻게 하면 숨을 잘 쉴 수 있을까요?"


다음 장에서 말씀드려볼게요.




메인 이미지 출처 : fla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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