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쭉 가시면 됩니다

알아들어야 '말'이다

by mbly

숨과 소리까지 잘 다듬으셨다면 이제 명료하게 발음을 훈련해 볼 차례입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질문 하나 드려볼게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말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스피치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항상 이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마치 한 목소리로 연습을 한 듯이 대답이 전부 같았습니다.


조리 있게 말하는 사람, 버벅대지 않는 사람,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


표현하는 단어는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이 3가지 범위 내에서 답이 나왔고, 여기에 소수 의견으로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 자신감 있게 말하는 사람, 깨달음을 주는 사람 등이 나왔습니다.


여러분도 같은 생각을 하셨나요?


네, 다 맞습니다. 자기의 생각을 버벅대지 않고 조리 있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참 부럽습니다.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 깨달음을 주는 사람도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을 만나면 '아, 나도 저렇게 한번 말해보고 싶다!'라며 굉장히 부러워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만 더 깊숙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자, 아까 여러분이 대답하셨던 말을 잘하는 사람의 특징들을 다시 볼까요?


'조리 있게 말하는 사람, 버벅대지 않는 사람,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 여기에는 숨겨진 주어가 있습니다.


두 번째 질문입니다.


여기에 숨겨진 주어는 뭘까요?


정답! 바로 '나'입니다.


(내가) 조리 있게 말한다, (내가) 버벅대지 않는다, (내가) 논리적으로 말한다.

우리가 생각했던 말 잘하는 사람의 관점은 '나' 중심입니다. 내가 말을 조리 있게 했으면 좋겠고, 내가 버벅대지 않으면 좋겠고, 내가 논리적으로 말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 그런데요, 사실 조리 있다는 것은 누가 결정하나요? 내가 아니라 상대방입니다.


상대방이 조리 있다고 들어야 조리 있게 말한 것이고, 상대방이 논리적이라고 생각해야 내가 했던 말이 논리적이었던 겁니다.


'야~~~ 이번에 나 정말 조리 있게 말했어!!'라고 생각이 들더라도, 상대방이 '아니, 이 사람 논리가 하나도 없네!'라고 판단해 버리면, 나는 조리 있게 말 못 한 겁니다.


'이야~ 이번 발표 진짜 재미있게 잘 마친 것 같아~'라고 내가 뿌듯함을 느끼는 동안, 팀원들은 '아니, 어떻게 같은 말을 해도 저렇게 재미없게 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냥 쭉 오시면 됩니다.
20220718_141027.jpg (출처 : 네이버 지도)


지난 5월에 모교에서 행사가 있었습니다. 졸업생들을 위한 자랑스러운 문과대학인상 시상식 그리고 재학생 장학금 전달식이 있었어요. 그런데 행사 전날, 아주 오랜만에 모교를 방문하시는 선배님께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어, 오랜만에 학교를 가려니까 학교가 많이 변한 것 같아서 헷갈릴 것 같아. 행사장까지 어떻게 찾아가면 되니?"


행사장은 문과대학 건물이었습니다. 저는 지난해에도 학교를 방문했었기 때문에 학교가 변한 모습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행사장 가는 길은 지하철 출구에서 나와서 오른쪽으로 한 번 꺾어서 쭉 올라가면 되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방문하시는 선배님에겐 그냥 쭉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습니다.


건물 모양이야 변함이 없었으니 멀리서도 딱 알아볼 수 있지만, 그새 운동장도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들도 많이 들어서서 자칫하면 길을 돌아갈 수도 있었습니다.


"광장을 따라가는 거야? 광장을 건너가는 거야?"

"여기서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는데 어디가 직진이야?"

"약간 오르막길인데 이쪽으로 가면 되는 거니?"


이렇게 갈래길들마다 계속 저에게 전화를 하신다거나, 길을 잃어버리신다면 저는 전달에 실패한 거죠.


말은 누가 판단한다? 네, 상대방이 판단합니다. 그래서 진짜 말을 잘하고 싶다면, 나아가서 소통을 잘하고 싶다면 '상대방을 위해서' 스스로를 다듬어야 합니다. 그럼 그 변화를 스스로 느끼기 전에, 상대방이 먼저 느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내가 어떻게 말할 건지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들을 것인지 생각하면서 말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어떻게 들을까?



그런데 발음 훈련을 한다더니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을까요?


저는 말하기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것이 발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발음이야말로 내 관점에서가 아니라 상대의 관점에서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편안하게 느끼든, 논리적으로 가닿든 일단 닿기를 해야 합니다. 우선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야, 편안하든, 논리적이라고 생각을 하든 판단을 하죠.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말에 대한 정의입니다.


20220718_143957.jpg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글과 달리 말은 '전달'을 염두에 둡니다. 즉, 대부분의 경우에 정보(생각이나 느낌)를 받는 상대가 있습니다. 그래서 전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가 정확하게 이해했는가입니다.


정보가 가진 이면의 뜻은 무엇인지, 정보로 인해 상대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이것은 2차적인 문제고요, 우선은 이 정보가 내용 그대로 잘 전해지는가 혹은 받아들여지는가가 중요합니다. 즉, 글자 그대로 발음을 잘해서 정확하게 건네주어야 하는 것이지요.


물론 목소리에서도 관점을 상대에 두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편안한 목소리라는 건 역시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편안하다고 느껴야 편안한 목소리입니다. 아무리 내가 감정을 사로잡는 목소리 훈련을 했다고 하더라도 상대의 감정이 전혀 움직여지지 않으면 실패한 거죠. 논리적이다라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렇지만 말을 '전달'의 측면에서 봤을 때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요소가 '발음'이기 때문에 발음 훈련을 앞두고 내가 아니라 상대에게 초점을 두는 스피치, 관점 변화에 대해 강조해 드리고 싶어요.


내 입장에서도 훈련했을 때 가장 빠르고,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말의 요소가 발음이기도 합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정확하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요? 찬찬히 알려드릴게요.



메인 이미지 출처 : fla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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