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입학 전쟁 1

유치원 선택의 기준

by 오전직업

생후 3개월 정도는 품에 끼고 보냈고, 이후에는 까다로운 이모님께 아이의 낮 시간을 맡겼다. 세살부터는 회사 어린이집에 다녔다. 이모님과의 적응에 한달이 걸렸던 첫째는 어린이집 적응도 한참 걸렸는데, 5월까지는 아침마다 울먹이며 등원했다.


그래도 포도와 마음 맞는 선생님을 찾은 이후에는 별다른 걱정 없이 어린이집 라이프를 즐겼다.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 아빠가 기본값인 직장 어린이집이었기에, 준비물도 없고, 아이들 대부분이 아침 9시 전후에 등원해서 저녁 6시 전후로 하원 하는 점도 마음 편했다. 문제는 첫째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면서 시작됐다. 이름하야 유치원 입학 전쟁. 두둥.




회사 1층에 있던 어린이집은 선생님부터, 같이 다니는 친구들, 식단, 프로그램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만족스러웠는데 단 하나 단점이 있다면 6세까지만 다닐 수 있다는 점이었다(*물론 직장 어린이집이 모두 그런 건 아니고, 개별적 여건에 따라 다 다릅니다). 7세반이 없어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일 년은 무조건 다른 기관에 다녀야했다. 사는 곳이 다 다른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회사가 있다는 이유로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다가, 어린이집 졸업 이후엔 각자의 주거 동네 유치원에 다니게 되는 거다. 물론 초등학교를 앞두고 동네 친구를 사귀고, 사는 동네 면학 분위기를 미리 느껴본다는 점에서 좋은 점도 있긴하다. 그렇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들여보내고 휙 돌아서면 아이 걱정은 별로 안하던 직장맘에게는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유치원 선택은 우선,

1. 학원 (*영어유치원 또는 체육활동을 집중적으로 하는 기관 -ymca 등- 이 여기 속한다)을 보낼 것인가,

2. 일반 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에서 시작된다.



영어유치원이나 어린이 체육단 등은 기본적으로 학원과 같아서 각 기관의 스케줄에 따라 입소 스케줄이 진행된다. 유명한 학원은 빈 자리가 많지 않아서 5세반부터 시작해 진급하는게 중요하고, 6,7세는 기존에 다니던 아이들이 빠져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빈 자리 찾기도 어렵지만, 이미 일이년 동안 영어나 체육 실력을 다진 아이들 틈에 일년만 내 아이를 밀어넣는 결심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구나 그동안 편안하게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던 학부모라면 이제 와서 굳이 영어유치원을 보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마지막 케이스였다.


일반 유치원이라 하면, 기본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준비한 유치원 과정과 시간표를 따르고 있는 기관들이다. 유치원 입학신청도 정해지 시기에, 정해진 하나의 사이트에 3순위까지 신청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국공립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딸린 병설유치원, 그리고 사인이 운영하는 사설유치원도 여기에 속한다. 소위 ‘영유트랙'을 타지 않을거라면,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유치원을 결정해서 정해진 날짜에 신청하는게 중요하다.


언제, 어디로 신청하라는 고지서 같은게 날라오지 않기 때문에 일단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접수에 성공하는 게 첫번째 과제였다. 어린이집에서 알게된 엄마들을 통해 대략의 시기를 살피고, 관련 사이트에 접속해 신청 가능한 유치원을 몇개 추렸다. 그리고 각 유치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입학설명회 날짜를 확인하고 전화나 홈페이지로 접수했다.


직장 어린이집을 선택했을 땐 별다른 고민이 없었으면서도, 유치원은 ‘선택'해서 보내야하니, ‘좋은' 유치원을 선별해서 실패 없는 선택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한글이나 영어 공부를 얼마나 하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프로그램이 다채로웠으면 했고, 이왕이면 뚜렷한 소명의식을 가진 선생님이 계신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가기 전, 단 일 년 이었지만 일곱살 아이에게 일년은 긴 시간이니까 최대한 좋은 곳을 선택해주고 싶었다.




집 근처 유치원과 회사 근처 유치원으로 해서 입학 설명회를 돌았다. 내가 시간이 되지 않을 땐 남편이 대신 가기도 하고, 부장님께 읍소해서 조금 일찍 퇴근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맞췄다. 입학설명회 신청부터 노고가 들어가는 일이어서(*마감되는 경우도 있고, 클릭 한번에 집앞 배송이 익숙한 시대에, 전화와 문자를 몇 번씩 보내고 확인해야 하는 건 쉽지 않다) 한번 잡은 설명회는 어떻게든 가야했다.


설명회 자리에서 만난 유치원 원장님들은 학부모들의 그런 노고를 대놓고 칭찬해줬다. “이렇게 설명회에 오신 분들은 아이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확실한 분들입니다. 저는 이런 분들의 아이를 맡고 싶어요. 여기 오신 분들에게 우선 모집의 특권을 부여하려고 합니다. ” 오잉. 설명회에 왔다는 것만으로 유치원 입학이 확정된다니! 이렇게 고마울때가. 1순위 떨어져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그런 무방비 상태에 이르지 않아도 된다니. 엄마를 칭찬하는 원장님의 전략은 아주 훌륭해서, 내 마음의 일순위로 할렐루야 유치원이 떠올랐다.


그런데 설명회에 가면 모든 유치원이 이렇게 훌륭할 수가 없었다. 설명회에 가기만 하면 그 유치원에 반해서 우선모집 서류를 받아왔다. 바겐세일처럼, “오늘 접수하면 우선모집으로 접수가 확정됩니다. 내일 접수하시면 무조건 1순위로 접수해도 자리가있을지장담못해요.” 홈쇼핑에서나 봤던 마케팅 방법이 유치원 입학설명회에서도 유행이었다.


어느 유치원은, 준비되어 있는 풍부한 미술재료와, 아이들의 놀이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고 스스로 탐구하고 계속 생각하게 함으로써 창의력을 기른다는 교육철학에 반해 거의 당일 서명 직전까지 갔었다. 마지막에 겨우 워킹맘의 정체성을 기억해서 하원시간을 물어봤는데, 깜짝 놀랐다. 공지나 설명회에서 알려준대로 저녁 6시를 넘어서도 유치원은 운영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오후 네다섯시면 하원을 해서 6시에 남아있는 아이들은 전체 원아 중 한두명 뿐이라는거다. 회사에서 6시에 퇴근하고 오면, 내 아이는 유치원에서 가장 늦게 집에 가는 단 한 명이 된다는 말이다. 어쩌다 하루가 아니라 매일매일.


결국 유치원 선택은, 그 유치원이 어떤 교육철학으로 아이를 가르치나 혹은 어떤 프그램을 운영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회사에서 얼마나 가까운가를 기준으로 정해졌다. 내가 아이를 최대한 빨리 데리러 갈 수 있는 유치원이 내 아이에게 가장 좋은 유치원이 되었다. 원어민 영어 강사와의 시간이나 숲 체험 일정, 레지오에밀리아 가치관에 한껏 흔들리긴 했지만, 뭔가 ‘더’ 좋은 것을 주겠다는 생각부터가 욕심이란 걸, 워킹맘의 지위를 다시 한 번 실감하고 나서야 겨우 깨달았다. (계속)


유치원 신청을 위한 당시 엑셀정리 파일_무쓸모 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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