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입학전쟁 2

내 아이는 내가 보는 거다

by 오전직업

물론 처음부터 유치원 등하원도 내가 책임지겠다고 확고하게 결심했던 건 아니다.


입학 시기가 임박하기 전만 해도 시어머니와 친정엄마한테 유치원 하원을 부탁드릴 생각이었다. 두 분이 함께 혹은 요일을 정해 번갈아가면서, 대부분 그렇듯이 오후 4~5시쯤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리고 나와 집까지 같이 걸어오거나, 하원 후 학원 뺑뺑이를 돌다가 학원 셔틀버스를 타고 집 앞에 내리면 받아주는 그림을 상상했었다. 날 때부터 엄마 바라기였고 낯가림도 심했던 첫째이지만 7세면 많이 컸으니 적응하지 않겠느냐고 막연히 생각했다.


문제는 달라진 어머니들의 마음이었다. “가끔은 괜찮지만 매일 봐줄 수는 없다”가 두 분의 공통된 답변이었다. 당장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 다른 할머니들은 다 그렇게 손주를 봐준다는데, 우리 어머니들은 갑자기 왜 매일은 안된다는 건지. 기껏 오후 늦게 몇 시간이고 가까이 사시면서도 무슨 일정이 그리 많으시단 건지. 아니 그럴 거면 여수에서 서울까지 올라오시라고 말할 때 정말 자식이 효도하는 마음으로만 서울 상경을 권했다고 생각하신 건지. 매일은 안된다면 요일을 나눠서 일주일에 두 번, 세 번은 괜찮다는 건지. 그러다가 한 분이 몸이 아프거나, 다른 일정이 생기면, 두 분 사이에서 일정을 조율하실 수 있는 건지. 새벽에 눈이 떠지면 유치원 걱정으로 다시 잠을 들 수가 없었다.

고민을 남편에게 털어놓자니, 답이 나오질 않았다. 어머니들 두 분이 다 근처에 계시니, 일정을 나눠서 보시면 되지 않겠느냐는게 남편의 생각이었다.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누가 세 번이고 누가 두 번을 봐주실 건지 정하고 설득하는 것부터, 두 분이 모두 아프거나 일정이 안 되는 변수가 생겼을 때 남편과 나 중 누군가 뛰어올 수 있는 건지를 생각하면(*당연히 실적과 상관없이 휴가를 쓸 수 있는 근로자인 나다. 일 년에 마음껏 쓸 수 있는 연차의 개수는 15개이고, 유치원 방학은 통상 여름과 겨울에 5일씩이다)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오는데. 육아의 마지노선이 엄마여서인지, 남자와 여자의 뇌구조가 원래 다른 건지, T형 인간과 F형 인간의 간극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남편은 고민을 함께 나눌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회사에서 만난 육아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처음으로 나오는 대답은 공통적으로 하원 이모님을 구하라는 것이었다. 어떤 분야이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만큼 결과가 보장되는 법이 없고, 정서적 스트레스까지 생각하면 결국 가성비가 좋은 방법이 이모님이라는 거였다. 구구절절 맞는 말인데 선뜻 내키질 않았다.


이모님께 아이의 저녁시간을 맡길 경우, 아이와 내가 함께 있는 시간은 하루에 단 몇 시간밖에 남지 않는다. 저녁 6시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저녁을 챙겨 먹고 내일은 준비하는 혼란스러운 한두 시간, 일찍 자자고 채근하는 한두 시간. 우리 집에 아이가 둘이니, 첫째만 가지고 있는 이슈로 엄마와 딸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아마도 하루에 30분이 안될 것이다. 아이의 하루는 유치원 선생님과, 학원 선생님, 할머니, 이모님 등으로 나눠지고, 아이 혼자만의 시간도 많아질 거다. 그리고 너는 나에게 급속히 멀어지겠지. 처음에는 힘들다고 투덜대겠지만 어떻게든 바뀐 상황에 적응을 할 테니까.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는 게 안쓰럽다는 마음은 어쩌면 내 마음을 가리기 위한 핑계였을지 모른다.


어머니들이 아이를 봐주시더라도 아이와 내가 함께하는 시간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게다가 어머니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이를 봐주는 건 실제로 고된 일은 맞다. 당장 내 몸이 고단 해질 텐데 단순한 책임감으로 선뜻 해주겠다고 말씀하신다면 외려 무책임한 말이 될 수도 있다. 또 어머니들께 지키고 싶은 개인의 일상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인 데다가 그건 자식이나 며느리 입장에서 응원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도 머지않아 그 나이가 될 텐데, 노년의 삶도 자식에게도 내 주기 싫을 만큼 즐겁다는 일이니까! 얼마나 희망적인가.




내 아이는 내가 보는 거다.


마음먹고 나니까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원망하는 마음도 사라졌고,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내키지 않던 마음도 사라졌다. 나는 일곱 살이 된 딸에게도 가장 소중하고 친근한 사람이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육아를 하고 싶다. 네가, 너의 세계를 찾아서, 날아갈 때까지, 나는 움직이지 않을게.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유치원에 입학 신청을 했고, 우선모집 제도 덕분에 포도는 그 유치원에 다니게 됐다. 큰 애는 유치원에, 둘째는 회사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퇴근 한다. 나도, 포도도, 남편도, 어머니들도 모두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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