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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산책 Sep 22. 2023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쿤데라의 소설은 바람둥이 남자 토마시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의사이면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듯이 수많은 여자를 맛본다.


그의 여성편력은 트렁크 하나에 톨스토이의 책 한 권을 들고 그의 집에 살러온 시골처녀 테레자로 인해 중단된다. 여자를 새로운 모험의 대상으로만 여기던 그는 테레자에게 처음으로 애정을 또는 강렬한 보호본능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애정을 소설에서는 성욕이 아닌 함께 같은 침대에서 자고 싶은 욕망이라는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순간적인 욕망이 아니라 지속적인 애정의 상징으로 이보다 더 적합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같은 침대에서 잔다는 것은 섹스가 끝난 후에 상대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나눈 여자와 일상을 같이 한다는 것이며 극단적으로는 그 여자가 병들어도 같은 침대에서 눕고, 여자가 죽어갈 때 침대 옆을 지킨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에서 죽는 건 테레자가 아닌 토마시다. 그는 다른 여자와 테레자 사이에서 방황을 하다 결국 충실한 남편으로 죽는다.


니체의 영원회귀를 영원히 살아 돌아오는 히틀러 같은 참신한 비유로 설명하면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젊고 아직 아내가 없었던 20대의 나에게는 그저 지적이면서 참신한 글로 여겨졌다.


세월이 지난 지금 나에게 남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위에서 말한 사랑의 정의 뿐이다. 사랑은 상대와 항상 같은 침대에서 자고 싶은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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