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로 대동단결

100일 글쓰기 - 92

by 모사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발표했다. 해가 바뀌면 한 살을 더 먹는 ‘세는 나이’, 출생 연도를 빼는 ‘연 나이’, 출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만 나이’까지 세 가지 방식의 나이 계산법이 각기 다른 곳에서 사용되다 보니 혼란스러울 때가 많은데 반가운 소식이다.


12월 29일이 생일인 나는 굉장히 복잡하다. 거의 1년 내내 세 가지의 나이가 모두 다르다. 오늘 기준으로 세는 나이는 39세, 연 나이는 38세, 만 나이는 37세인데, 이게 1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연 나이와 만 나이는 고작 사흘만 일치한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가 31살이었는데 만 나이로 29세다 보니 입원해있던 병동의 모든 분들이 보기 힘든 어린 20대 산모라며 챙겨주시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만 나이가 필요한 공문서를 작성할 때도 나이가 정확한지 재차 확인하는 분들이 많다. 나이에 비해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느끼나 보다.


생일이 늦다 보니 속상한 면이 없지 않다. 가장 친한 대학 동기의 생일이 3월 1일인데, 그 이야기를 듣던 엄마가 “넌 그때 뱃속에 있지도 않았는데? 한 달 먼저 태어났으니까 진짜 생기지도 않았네.” 하신다. 오뉴월 하루해가 무섭다는데 무려 10개월이나 뒤처지다니. 따라잡기가 아마도 쉽지 않았을 테다. 사실 지금도 감정적인 면은 나이에 비해 미숙한 점이 많다. 나 같은 사람들의 고충 때문인지, 12월 말이면 산부인과에 입원한 산모들이 그렇게 많단다. 어떻게든 버텨서 1월에 낳으려고 노력한단다. 충분히 이해된다.


연도로 정해지는 학년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의 나이가 만 나이로 통일되면 억울함이 조금은 덜할 것 같다. 하루 이틀 만에 나이 한 살 더 먹어 슬플 일도 없을 테고, 며칠 차이 나지 않는 다음 해 출생자들에게 나이 많다는 소리도 안 들어도 될 것 같다. 자동차 보험 들 때와 병원 갈 때만 느꼈던 나이 어려지는 기분을 평소에도 만끽할 생각에 괜스레 들뜬다. 내년이면 마흔 살이라 생각했는데 아직 2년이나 더 30대라 생각하니 못할 게 뭐 있나! 용감해진다.


어려지려 애쓰지 않고 나이 듦을 초연히 받아들이려 했는데 나도 모르게 기사를 클릭해 정독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링크를 보냈더니 “그럼 우리 더 젊어지겠네?”라고 서로 좋아한다. 어쩔 수 없다. 이것마저 자연스레 넘길 수 있을 때야말로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라 생각해야겠다. 그러니까 아직은 청춘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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