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이지 않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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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쫑알거리는 아이를 뒤쫓아 다니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게 된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은데 하루는 빠른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으려나.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이런 거다. 분명 많이 놀아줬다 싶어 시계를 보면 고작 5분이 지났을 뿐인데 왜 밥 차려 줄 시간은 금세 오는지 모르는! 정말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시간의 마법이다.
내 마음에 분노가 차올라 견디기 어려워질 때쯤 혼자만의 시간을 쟁취한다. 많은 사람들은 읍소와 눈물로 점철된 투쟁기를 상상하지만, 실상은 나를 초예민 왕까칠한 사람으로 만들어 아이와 남편을 시집으로 보내버리는 전략이다. 물론 난 실제로 꽤나 섬세한 사람이라 역치를 넘긴 자극에 취약하고, 덕분에 남편 휴대폰엔 완소 까탈레나로 저장되어 있다.
계획은 거창하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간단히 빵으로 식사를 대신한 뒤 못 갔던 전시회와 공연도 관람하고 여유롭게 커피 한잔 마시며 우아하게 이탈리안 음식으로 저녁을 마무리하겠다 다짐한다. 중간중간 산책을 하고 오랜 친구와의 전화 통화도 끼워 넣는다. 늘 같은 계획을 세우는데, 사실 지금껏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 중 단 하나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매번 이불빨래를 하고 커튼을 잡아 뜯으며 철 지난 옷장 정리를 하다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온 채로 끝난다. 제발 좀 앉아서 누워서 가만히 쉬라는 모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실천이 안 된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지 모르겠다. 힘들다 노래를 하며 쫓아 버려 놓고 더 힘든 일을 하다니!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수많은 이론들이 실제와 맞지 않는 이유를 나를 보며 절감한다.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며 비상식적인 행동을, 때마다 천연덕스럽게 반복하는 나란 사람은 이상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나의 혼자 있고 싶은 욕구는 혼자 일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었나. 알 수 없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