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의 자유

100일 글쓰기 - 27

by 모사가


얼마 전,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났다. 클래식 음악과 미술에 관심이 깊은 모임인데 직업과 연령이 다양해 재미있다. 상황이 모두 다르다 보니 각자 형편에 맞는 일로 십시일반 한다. 늘 기다려지는 만남이다.

결혼 전까지 통금이 있었다. 11시까지 집에 와야만 했는데, 심지어 대학 땐 통학거리가 멀어 9시면 출발해야 했다. 술자리에 오래 있어봤자 별 볼 일이라는 부모님 말씀에 딱히 반박할 말이 없어 지키긴 했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시간이었다. 한창 분위기가 고조되고 취중진담이 시작되려는 순간, 집에 돌아와야 하는 그 마음을 누가 알까!

다행히 남편은 나의 외출에 관대하다. 신나서 나가는 뒷모습에 오랜만이니 놀고 싶은 만큼 놀다 오라 배웅한다. 나보다 모임과 회식이 월등히 많아 면죄부를 얻기 위한 의도가 다분해 보이지만, 처녀 때처럼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다. 10시면 어김없이 오던 "어디니" 문자와 10시 반의 소재 파악 전화에 더 이상 떨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 해도 실은 결혼하고 혼자 밤마실은 처음이다. 다음날 수업이 신경 쓰여 늦게까지 놀 수 없었다. 교사는 육체노동자라 몸을 아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휴직 중, 내일을 생각지 않고 놀아도 된다. 방역 패스 적용에 코로나 자가 키트 검사까지 마치고 모인 6명의 수다는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몇 시인지 알 필요가 없어 긴 시간 동안 시계 한 번을 안 봤다. 내가 있고 싶은 만큼 있다 가고 싶을 때 가면 된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에 들뜬다.

실컷 놀고 뒷마무리까지 깔끔히 하고 오니 마음이 편하다. 괜한 아쉬움과 궁금함도 없다. 반가웠다고, 또 만나자며 함께 헤어지는 것이 벅차다. 집에 오니 아파트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다. 평소 같으면 화를 냈을 텐데 몇 바퀴를 뱅글뱅글 돌면서도 즐겁다. 거실을 잔뜩 어질러놓은 채 방에서 같이 잠들어있는 남편과 아이도 참 예쁘다.

이게 뭐라고, 사랑이 만개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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