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의미

100일 글쓰기 - 1

by 모사가


처음이라 어렵고, 처음이라 쉽다. 처음이니까 처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적어진다.


처음 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연애를 시작하고. 그 처음은 언제까지일까 생각한다. 당신과의 연애 중엔 연애하자 마음먹은 날이, 다음 연애가 시작되면 이전 연애의 전 기간이 처음으로 둔갑한다. 무한한 시간 속 현재를 가늠할 수 있을까, 뭐 그런 잡다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100일의 기간 중 첫날, 지금이 처음으로 기억될지 100일이 첫 도전으로 기억될지 모르겠다. 내 인생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이라서 힘들다던데, 나는 내가 얼마나 착실히 글을 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아직도 나를 잘 모르나 보다.

잘 모르는 나를 알기 위해 시작한 것도 같다. 여기저기 파편처럼 조각나 있는 나의 정체성을 모으다 보면 나를 알게 되려나. 머릿속에 떠다니는 모래 같은 생각들을 모아 백사장을 만들고, 파도도 들이치고, 그러다 거대한 바다와 아름다운 풍경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밑바닥에서 시작해 지금 어디쯤 와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더 궁금한 건 아마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이겠지만.

마음을 다잡고 가라앉힌다. 들뜨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다. 차분히 하루하루를 돌아보고 깊이 사유하고 싶다. 흘려보내는 순간들 속 어느 하나를 붙잡아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매일이 의미 있고, 의미 있는 매일이 쌓여 반짝이는 인생의 장면을 만들어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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