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의 취향

100일 글쓰기 - 7

by 모사가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클래식 음악 좋아합니다.”라고 답하면 그때부터 아주 고루하고 재미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시쳇말로 ‘개취, 취존’은 다 어디다 던져놓고 차디찬 선입견으로 바라보는 건가! 라며 분통을 터뜨릴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을 이해해볼게.’라는 방자한 마음으로 쿨한 척 넘긴다.

인간의 취향이 만들어지는 데 10~12세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다 들었다. 그 무렵 나는 피아노와 플루트를 배우고 오케스트라 연습에 하루의 절반 정도를 투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음악 전공할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이후 아이돌 황금기를 맞이해 온갖 색깔의 우비를 구비하여 엄마에게 욕 꽤나 얻어먹는 시기를 거쳤음에도 결국 클래식으로 돌아왔다. 꼬꼬마 어린이 시절이 평생을 좌우한다니 뭔가 진 느낌이 들어 괘씸하다.

요즘엔 새해랍시고 희망차고 밝은 곡을 들어야 줘야 할 것 같은 편견은 뒤로 하고, 마음을 쿵쾅쿵쾅 울리는 곡들을 듣고 있다. 예를 들면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기사들의 춤이라든지, 하차투리안의 가면무도회 왈츠라든지, 첫 시작부터 관악기의 뿌웅빵- 소리에 화들짝 놀랄만한 곡들을 아침부터 줄기차게 틀어놓는다. 왈츠의 쿵짝짝 리듬에 맞춰 춤도 춘다. 아주 격하게, 풍차와 싸우는 돈키호테를 마음에 품고 말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고개를 내젓는다. 동시에 다름에 가치를 두는 아이러니에 웃음이 터진다. 하나만 하지, 둘 다 하려면 안 힘든가. 내가 방탄소년단 대신 클래식을 좋아하든, 새해벽두에 라데츠키 행진곡 대신 가면무도회 왈츠를 듣고 있든, 당신에게 피해 주는 건 없잖나. 그러니 제발, 헐뜯는 대신 서로 이해하려 노력하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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