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거짓 사이

100일 글쓰기 - 8

by 모사가


아이 입학 전까지 실컷 놀자며 남편이 긴 휴가를 냈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리조트들을 살피다 속초에 가기로 했다. 2시간 여를 달려 도착했는데 행정구역을 보니 고성이다. 속초까진 무려 20분이나 걸린다. 숙소에선 바다가 아닌 울산바위가 정면으로 보인다.

대학 시절 입구역이라 써붙여진 곳에 내리면 황당한 일이 여럿이었다. 내리면 학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대신 역과 학교를 잇는 버스만 꼬리를 물었다. 심지어 걸어가려는 사람들을 애초에 포기하게 만드는 "약 2km, 30분 이상 소요"라는 친절한 표지판도 있었다.

시부모님이 살고 계신 아파트는 얼마 전 이름을 바꿨다. 근처의 한 지역에 부동산 광풍이 불자 바람에 편승하고자 주민 80%의 동의를 얻어 그 지역이 들어간 뜬금없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동의했다는 주민들조차 입에 잘 안 익는지 여전히 옛 이름으로 부른다. 참고로 집값이 급상승한 지역까진 차로 15분이 걸린다.

랜드마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인지 인간의 욕심이 낳은 웃지 못할 일인지 헷갈린다.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를 빌려온 똑똑한 전략 같기도 하고, 차로 20분씩이나 걸리는 곳을 굳이 언급하는 건 사기성이 짙어 보이기도 한다. 솔직한 심정으론 오십보백보라 외쳐주고 싶다.

네이밍도 피알도 요즘 시대엔 모두 중요하다던데, 예상치 못한 둘의 습격에 호되게 당하고 산다. 진실과 거짓 사이의 어디쯤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눈 뜨고 코, 귀 다 베어갈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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