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나는 때가 언제일까 생각한다. 헤어짐을 이야기하는 순간에도 사랑은 지지부진하다.
헤어지고 3년을 만났다. 사랑하면서 헤어질 수 있고, 헤어지고도 만날 수 있는 관계가 있다. 정리되지 못한 만남은 끝이 어렵다. 내 인생에서 별 존재감 없던 흠을 극복할 수 없는 커다란 문제로 만들어 헤어지게 한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 스팸번호로 저장했으면서 굳이 스팸함에 들어가 문자를 보고, 차단된 전화를 끝끝내 확인했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사랑한다, 매일같이 오는 연락에 우월감과 패배감이 교차했다. 좀처럼 정리되지 않는 감정은 모두를 병들게 했다. “너는 내 인생 전부를 부정했어.” 라며 분노를 쏟아내다가도 “그런 네가 좋아서 짜증 나!” 소리쳤다. 우리는 헤어진 걸까, 헤어지지 않은 걸까. 서로에게 물었다.
어느 날 밤,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이 관계에 대해 괴로움을 토로하던 중이었다. 미련인지 미움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는 마음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날따라 유독 말이 많았는데, 굳이 알려하지 않았던 그간의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잠깐의 침묵 뒤 “나랑 결혼해줄래?”라 물었고, 나는 단호히 그럴 수 없다 대답했다. 우리를 헤어지게 만든 그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모두에게 비밀 같았던 3년의 시간은 그렇게 조용히 가라앉았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 막연히 믿었다. 모진 말만 내뱉는 내 곁에서 묵묵히 들어주던 사람이 늘 그 자리에 있으리라 생각했다. 수백 번 거절해도 다시 수백 번 사랑을 말하는 게 당연하다 여겼다. 그래서 결혼하자는 그 말이 마지막 용기인 걸 몰랐다. 너무 깊었던 내 상처를 보듬기에 급급해 상대의 노력과 눈물은 볼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진짜 헤어졌다. 세상에 그 정도까지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또 그것조차도 영원할 수는 없다는 걸, 모두 알려준 사랑이었다. 비록 끝까지 비겁하게 숨었음에도 담담히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아마 최선을 다해 사랑했기 때문이리라. 헤어진 연인이 못 살기보단 많이 행복하길 빌 수 있는 것 역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