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의함의 예고

100일 글쓰기 - 59

by 모사가


하루의 시간을 잘 관리해야 할 때가 왔다. 문제집을 쓰기 시작하면서 저녁 시간이 많이 줄었다. 체력 관리도 중요해 잠도 푹 자 둬야 한다. 매일 밤 머리를 잘 비워둬야 다음날을 개운하게 맞이할 수 있다.


하루에 8문제 정도를 낸다. “에게, 겨우 그거 내면서 무슨 생색?” 할 수 있다. 남편도 자꾸 옆에서 오늘은 얼마나 냈어? 몇 프로? 목표는 얼마야?라고 묻는다. 제발 그 입 좀 다물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그런 거 물어보는 거 아니야, 대신 내줄 것 아니면 조용히 하고 있어.”라고 나지막이 말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먼저 무슨 문제를 낼 것인지 주제를 정한다. 주어진 범위 내에서 8문제를 내야 한다면 8개의 주제를 뽑고, 그다음 어떤 형태의 문제를 만들지 고민한다. 단순하게 이것은 무엇인가?를 물을 건지, <보기>에서 옳은/옳지 않은 것을 고르게 할지, 바르게 짝지어진 것을 찾게 할지, 가장 바람직한 것을 추론할지 등의 다양한 틀을 구상한다. 때로 마음에 드는 자료가 있을 경우엔 그걸 이용하기 위해 특이한 형태의 문제를 내기도 한다.


일단 형태가 정해지면 지도, 사진, 삽화, 대화, 카톡창 등의 자료를 선택하거나 만든다. 아무래도 지도를 많이 쓰게 되는데 필요로 하는 것이 없을 땐 좀 복잡해진다. 문제집은 ‘이런 지도 그려주세요’ 하면 되지만 정기고사엔 그럴 수 없으니 그림판, 포토샵, 내가 할 줄 아는 모든 프로그램을 활용해 그려낸다. 하다 안 되면 자료에 맞춘 문제를 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평소에 괜찮다 싶은 자료들은 무조건 저장부터 하고 본다. 휴대폰과 컴퓨터에 시험용 흑백 백지도 파일과 도표, 그림파일이 수백 개다.


이제 정말 어려운 부분이 남았다. 선택형 문항의 선지 5개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옳은 것보단 옳지 않은 걸 묻는 문제 만드는 게 더 쉽다. 매력적인 오답을 4개씩이나 만들어내는 건 정말 힘들다. 헷갈리면서도 명확하게라는 성립할 수 없는 명제에 어떻게든 근접하기 위해선 머리를 쥐어짜야 한다. 실컷 만들고 나면 딱히 매력적이지도 않아서 괴롭다. 문제가 지저분하고 치사해지는 건 한순간이다.


이렇게 만들면 보통 한 문제에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까지도 걸린다. 눈이 번쩍할 만한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만들지도 못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재밌는 문제도 못 만들고, 그저 그런 맨날 보던 비슷한 문제를 만드는 데도 그리 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니 하루 종일 8문제면 많이 만드는 거다. 한편으론 부탁받은 원고가 두 달 정도 기간에 총 140문항 남짓이니 그냥 평균 속도인가 싶기도 하다.


너무 머리가 아프고 쉬고 싶을 때 글을 쓴다. 좋지 않은 글이 나올 게 분명하고, 깊은 생각이나 고찰도 없는 푸념과 하소연 글인 걸 잘 안다. 무리한 일정임을 알면서도 강행한 내 불찰이다. 그럼에도 기왕 100일까지로 마음먹은 것, 끝까지 꼭 한번 해보고 싶다. 앞으로의 무성의할 수 있음에 대한 변명일지는 모르지만, 나 자신에겐 할 수 있다는 격려의 글이다.


해보자, 해보자,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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