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처럼 가벼운

100일 글쓰기 - 71

by 모사가


날씨가 좋다. 근래 만난 날씨 중 가장 봄 같았다. 아침엔 썰렁한 다리를 매만지며 아이를 등교시켰는데 점심엔 그때 꺼내 입었던 점퍼가 덥다. 일교차가 커진 게 봄이 오긴 왔나 보다.

살랑거리는 봄 풍경에 재택인 남편도 설렜나 보다. 늘어진 티에 잠옷 바지, 제멋대로 솟아버린 삐죽 머리를 하곤 오늘 날씨 참 좋다, 한마디 보탠다. 책상을 거실 창쪽으로 옮긴 건 아무리 봐도 잘한 일이다. 연일 주변에 확진자가 생겨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오늘은 좀 나가서 돌아다녀볼까 싶은 마음이 생긴다.

점심 즈음 남편에게 산책 겸 걷다 밥 먹고 들어오는 게 어떻냐 물었다. 바빠 보이긴 했지만 부인이 오랜만에 제안한 데이트라 그런가 흔쾌히 나선다. 걸어가는 내내 뭘 먹냐, 그것도 안 정했냐, 날씨 좋다 한 사람이 누군데 등등으로 투닥거렸지만 그게 우리 부부의 일상이다. 그래도 내가 먹자는 대로 맞춰주고 가자는 길로 다 가준다. 집에 돌아오는 길, 가성비 좋은 오마카세 집이 있다 알려줬더니 재택인 날 둘이 오면 좋겠다 말하는 부인이 우선인 좋은 사람이다.

육아가 한창 힘든 시절 남편이 미워 죽겠다며 길길이 날뛰는 나에게 선배 선생님들께선 한결같이 그러다 남편이 짠해지는 때가 온다 하셨다. 조금만 지나면 저 사람도 참 힘들구나 이해하게 된다고, 시간이 해결해준다 위로해주셨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요즘, 진짜 그때가 오기라도 한 건지 남편의 흰머리가 신경 쓰이고 헬맷이라도 들어간 마냥 도드라진 배가 눈에 들어온다. 젊은 청년이 언제 저리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나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반짝였던 연애기간을 거쳐 결혼에 이르고, 아이도 낳고, 진짜 가족으로 지지고 볶으며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서로가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됐고 하지 않아야 할 말과 행동을 배웠다. 여전히 너무 달라 힘들지만 조금씩 맞추며 둥글어져 간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리즈시절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함께 좀 더 복닥거리다보면 자연스레 찾아오지 않을까.


식스팩으로 거듭나겠다며 실내 자전거를 열심히 타는 남편에게 손하트나 한번 날려주고 자야겠다. 사랑이 꽃피는 가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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