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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Apr 04. 2022

외동집?

- 귀엽고 신기한 말들 -


아이들은 아직 모르는 단어들이 많다. 배워가는 과정이니 당연한 일인데, 모르는 것들을 자기 나름의 말로 표현하는 게 참 재미있다. 처음 들으면 으응? 하다가도 곰곰이 생각하면 그럴 수 있지! 하는 말들이 많다.

요즘 학교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운다. 보호장구 착용부터 인라인 신고 벗는 것까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선생님께선 모든 장비를 아이 편에 보내 집에서 맹연습을 하라고 부탁하셨다. 헬멧, 팔꿈치보호대, 무릎보호대, 마우스피스 착용까지 10분이 걸리고, 인라인까지 신으면 무려 20여분이 흘러있다. 40분 수업 중 장비 착용에만 절반의 시간이 걸리니 선생님의 당부가 괜한 말씀은 아니다. 이번 주엔 인라인 신고 일어서기와 넘어지기도 연습하라고 되어있어서 주말 동안 열심히 시켰다.

코로나로 물류배송이 늦어져 3월 20일쯤 인라인이 도착해 아직 밖에서 한 번도 타보지 못했다. 그래서 당연히 연습도 집에서 한다. 마룻바닥에선 미끄럽기도 하고 아랫집 층간소음이 걱정돼 요가매트를 꺼내 그 위에서만 인라인을 신고 벗게 했다. 그렇게 몇 번 하더니 갑자기 거실벽과 가구를 붙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혹시나 넘어지면 큰 일이라 기겁을 해 아이를 말렸다. 쿵쿵거리면 아랫집 아저씨가 인터폰 하신다고 버럭 큰소리를 내기도 했다. 간신히 바닥을 손으로 짚으며 기어가듯 인라인을 굴려 요가매트에 도착한 딸이 한마디 외친다.


"엄마! 우리 학교 앞에 외동집으로 이사 가자!"


외동집?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한참을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혼자 있는 집, 아! 단독주택! 까지 생각이 미쳤다. 아이에게 그게 맞냐고 물어보니 맞단다. 그러면서 "집이 하나가 혼자서 있잖아, 그 집은 아랫집도 없고 마당도 있으니까 인라인을 마음껏 탈 수 있을 것 같아." 한다. 학교가 버스를 타야 하고 머니 학교 앞에 있는 외동집이면 좋겠다고 희망사항도 덧붙인다.

의외의 단어에 즐겁게 웃었다. 아이는 이제 단독주택이라는 말을 배워 외동집이라고 하지는 않지만, 처음 들었을 때의 귀여움이 계속 남아있다. 한 번씩 급한데 새로운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쓰겠지 기대도 해본다. 육아 선배들이 조금만 늦게 컸으면 싶은 때가 온다더니 요즘이 그때인가 보다. 엄마 코알라 하고 싶다며 품을 파고들고 "엄마 나 얼마나 사랑해?" 라고 애정을 확인하는 지금이 조금만 더디 흘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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