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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Feb 17. 2019

친정 도움 못 받는 나, 억울한가요

[엄마발달백과-친정엄마편③] 부부 둘만의 힘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육아책의 주어는 늘 아이입니다. 아이를 위해 엄마가 해야 할 것을 끝없이 나열합니다. 그럼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은 없습니다. 육아는 아이도 엄마도 함께 자라게 합니다. '엄마발달백과'는 임신·출산·육아를 전지적 엄마 시점으로 다시 씁니다. 매주 월요일 만나요.


안녕하세요. 마더티브 에디터 홍입니다.


“복직하면 애는 누가 봐줘?”


임신한 저에게 지인들은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친정은 부산, 시가는 원주.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 가까이서 도움 받을 가족이 없었거든요. 양가 어머니 모두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무엇보다 육아휴직 끝나고 복귀 후가 걱정이었어요.


“에이, 뭐 어떻게든 되겠죠. 그때 가서 걱정할래요.”


솔직히 그런 질문들이 싫었어요.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 그때는 정말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이를 낳고서야 알게 됐죠. 가족, 특히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삶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에요.


딱 1시간, 30분만이라도...


산부인과에서 조리원으로 가기 전, 아이를 안고 있는 친정엄마(출처 : 마더티브)


조리원에서 나왔는데 대부분의 조리원 동기들은 친정에 가 있거나 친정엄마가 집에 와 있더라고요. 친정엄마에게 아이 맡겨놓고 잠깐 커피 마시거나 운동하고 늦잠도 자고. 참 부러웠어요. 저희 엄마는 일 하느라 바빠서 1주일 만에 부산으로 다시 갔거든요.

혼자 아이 키우는 게 너무 막막하던 신생아 시절, 친정엄마와 함께 아이 데리고 나온 다른 엄마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친정 한번 가려 해도 신생아 데리고 부산까지 가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나는 왜 친정엄마가 있어도 도움을 받을 수 없을까, 서러워서 운 적도 있어요. 친정엄마랑 평소에 사이가 각별했느냐,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엄마랑 하루 이상만 있어도 티격태격. 연락도 자주 안 해요. 그때는 왜 그렇게 엄마가 간절했을까요.

복직 후에는 상태가 더 심각했어요. 친정엄마 도움 받는 주변 직장맘과 제 처지를 계속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친정엄마가 도와주는데 대체 뭐가 힘들어? 나만큼 힘들어?’라는 삐딱한 생각도 했어요. 자꾸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는 심리가 생기니까 육아는 더 힘들었고요.

친정, 시가 도움 없이 저와 남편 둘만의 힘으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고된 일이었어요. 늘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죠. 잠깐 숨 돌릴 틈, 그게 없더라고요. 퇴근하자마자 편의점 한번 들를 여유 없이 바로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갔어요. ‘딱 1시간, 아니 30분만이라도 누가 봐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특히 아이가 아플 때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어요.


엄마랑 같이 살 수 있을까


친정엄마나 시어머니랑 같이 살면 어떨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어요. 친정도 시가도 멀리 있으니 같이 사는 방법밖에 없었거든요. 시터도 고려했지만 잘 모르는 사람 손에 아이를 맡기고 싶지는 않았어요. 좀 더 안정적으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있었으면 했어요.

하지만 오로지 아이 때문에 친정엄마나 시어머니와 함께 살 자신은 없었어요. 대학입학 후, 10년 넘게 부모님과 떨어져 독립해 살았어요.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완전히 독립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제 공간과 시간이 중요한 사람이에요. 남편과 아이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살 엄두가 안 났어요. 그게 친정엄마라 할지라도요.

친정엄마의 인생도 생각해야 했어요. 엄마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서울에 온다? 엄마의 경력은 단절될 텐데, 제가 엄마의 노후를 보장해줄 수는 없었어요.

게다가 친정엄마는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격이에요. 그런 사람이 아는 사람이라고는 저밖에 없는 서울에 와서 답답하게 있을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더라고요. 부산에 혼자 있어야 할 아빠 생각도 나고요. 게다가 엄마는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외할머니도 수시로 챙겨야 했어요. ‘낀세대’의 비극이죠.

무엇보다 엄마는 아이를 볼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이 안 됐어요. 허리가 아파서 아이 안는 것도 힘들어 했으니까요. 손, 발, 팔, 등… 아이가 자랄수록 친정엄마는 아픈 곳이 늘어났어요. 제가 엄마가 되는 동안, 친정엄마는 할머니가 됐더라고요. 엄마는 많이 약해져 있었어요. 누구보다 엄마 자신을 먼저 돌봐야 했어요.

엄마는 말했어요.


“내가 그냥 돈 벌어서 애 선물 많이 사줄게.”


‘대리인간’을 찾아서


왜 나만 친정엄마 도움을 받지 못하는 걸까, 한동안 속상하고 억울했어요. 상황상 어쩔 수 없는 건데 ‘왜 나만 안 돼’하면서 억지를 부리게 되더라고요. 떼쓰는 애처럼요.

그러다 김민섭 작가가 쓴 <대리사회>의 한 구절을 보게 됐어요. 김민섭 작가는 대학강사 일을 그만두고 대리운전 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데요. 대학에 남아있던 시절, 논문 쓰는 시간을 벌기 위해 아내, 장모님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에게 육아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나와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두 세대의 희생이 필요한 시대다. 아이의 부모는 일하고, 은퇴한 조부모가 손자를 돌보고, 이것은 어느덧 한 ‘집안’이 살아남는 방식이 되었다...중략...한동안 그렇게 ‘구걸’을 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나는 끊임없이 나를 대신할 ‘대리인간’을 찾아다녔다.” 김민섭 <대리사회> p.136


저도 김민섭 작가처럼 계속해서 ‘대리인간’을 찾았던 것 같아요. 사실 아이를 키우는 건 원래 저와 남편의 몫인데도 말이죠. 물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죠. 영유아 시기의 육아는 아이를 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수월해지니까요. 도움이 받을 수 있다면 받으세요.

그런데 저처럼 상황이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는 거예요.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찾아야죠. 육아는 나와 남편이 해야 할 일이라고 깔끔하게 인정하고 나니까 훨씬 마음이 편해졌어요. 물론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지만요.


비교하지 마세요


어린이집 등원 전, 아빠랑 커플 양말 맞춰 신은 아이(출처 : 마더티브)


한국처럼 장시간 노동 사회에서 조부모 도움 없이 육아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남편은 야근하고 새벽에 들어와서도 아침에 일어나 아이를 돌봐야 했어요. 저는 저대로 회사에서 이미 녹초가 된 상황에서 육아출근을 해야 했고요. 아이가 아프거나 어린이집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완전 비상이었어요. 아이에게도 회사에게도 늘 미안한 상황이 반복됐어요.

대신 남편과 저는 끈끈한 육아동지가 되었어요. 남편과 제게 비빌 언덕은 서로밖에 없었어요. 다행히 저와 남편은 출퇴근 시간이 조정 가능해서 남편이 어린이집 등원을, 저는 하원을 담당하고 있어요. 덕분에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좀 더 밀착해서 볼 수 있었어요. 아이와 관련된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늘 공유하고요. 아이는 엄마보다 아빠를 더 많이 찾아요.

도움 받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받았어요. 일주일에 두 번 가사도우미가 와서 빨래와 청소, 집 정리를 해줬어요. 주말에는 시부모님이 자주 아이를 봐줬고, 한두 달에 한 번씩 친정엄마가 며칠씩 있다 가기도 했어요. 심지어 친정아빠 혼자 휴가 내고 서울에 와서 아이를 봐준 적도 있고요. 덕분에 잠깐이라도 숨을 쉴 수 있었어요. 그렇게 어느새 30개월 넘게 흘렀네요.

아마 저처럼 조부모의 도움을 받기 힘든 분들도 많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은, 남들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거예요.

친정엄마가 도움을 준다고 해서 육아가 마냥 쉬워지는 건 아니에요. 친정엄마에게 두 아이를 맡기는 한 선배가 그러더라고요.


“나도 퇴근할 때 편의점 못 들러. 엄마가 나만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니까.”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받는 친구들은 그 친구들 나름대로 고충이 있더라고요.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니까요.

세상에 쉬운 육아는 없어요. 각자 사정이 다를 뿐이죠. 비교하지 마세요. 비교하는 순간 육아는 지옥이 돼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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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발달백과-친정엄마편①]


[엄마발달백과-친정엄마편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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