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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마을풍 소도시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천년고도 수즈달에서의 '빵과 소금'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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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작은 시골마을풍 소도시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INTO THE WEST_34 | 천년고도 수즈달에서의 '빵과 소금'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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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이므로 적도 기준 40,192km(2x3.14x6,400)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모스크바 근교 블라디미르에서 26km쯤의 구불구불한 전원길을 호젓하게 드라이브하면서 만나는 구릉에 펼쳐진 초원과 연도의 아름다운 집들... 이렇게 평화로운 길의 끝에는 도대체 어떤 마을이 있을까? 우리는 지금 작은 시골마을풍 소도시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천년고도 수즈달 Suzdal, Суздаль. 러시아의 아주 오래된 초기 정착지 중의 하나입니다. 이 도시를 두 눈으로 보지 않고는 이 도시의 모습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뾰족한 침을 가진 수많은 양파 모양 돔이 파란 하늘에 마치 대파의 꽃처럼 피어나있습니다. 구름과 갖가지 야생화와 크레믈кремль,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성당들을 비추어 담은 카멘카강Reka Kamenka, 적당히 낡아서 눈이 순해지는 목조건물들과 가게들... 이 예상할 수 없었던 마을의 풍경을 접하면 비로소 내 지친 영혼이 머물 곳을 찾은 안도가 찾아옵니다.


오래된 성당 정원에서 염소를 키우는 할머니와 눈을 마주칠 수도 있는 이 마을은 키예프 루스의 대공, 유리 돌고루키가 영지를 이곳으로 옮김으로써 만들어졌습니다. 이 로스토프-수즈달 공국은 후에 블라디미르 대공국이 되었고 이는 모스크바의 기원과도 닿게 됩니다.


수많은 꽃들이 짧은 러시아의 여름, 리에따Лето의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어느 곳에나 다투어 피었습니다. 하니 폐허의 성당도, 그 성당의 비석도, 반쯤 상한 송판집도 애초에 그 모습이었던 것처럼 조화롭습니다.


우리는 먼저 넓은 광장을 가진 시청의 2층 공회당으로 갔습니다. 2층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에서 발을 떼어놀 때마다 삐거덕 소리를 냅니다. 그 소리가 마치 어린아이가 부는 피리 소리 같아서 작곡자가 악보를 그리듯 각기 다른 흐름으로 발걸음을 떼어놓게 됩니다.


벽에 마을의 각기 다른 모습을 그린 그림이 걸린 공회당 나무의자에 앉자 세르게이 발렌티노비치 마카로프(Sergey V. Makarov) 부시장님께서 수줍음을 많이 타는 관광국 부국장 니나 안드레예브나 하제예바(Nina A. Khadeva)와 함께 들어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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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이 여러분을 맞으면 좋았을 텐데 마침 출타 중이라서... "


불쑥 찾아온 손님에게 오히려 미안해하는 모습에서 진심의 환대가 느껴집니다.


"고대 역사도시 수즈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여러분들께서는 대한민국에서 출발하셔서 여기까지 자동차로 오셨다고... 정말 대단하십니다. 종착점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순간 이곳이 종착지여도 서러울 게 없겠다, 싶었습니다.


"한국은 지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우리는 마스크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고 어떤 제약도 없이 자유로워졌습니다."


부시장님의 말씀대로 우리는 지난 한달 여도안 러시아의 어느 곳에서 나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볼 수 없었고 여정 동안 팬데믹이 우리를 덮쳤었다는 사실조차 의식할 수 없었습니다.


"2026년은 수즈달이 천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이 도시는 성당과 사원, 교회가 가득한데요. 고대의 수도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 도시 곳곳에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유적 복원작업이 한창입니다. 도시 정비사업까지 함께하고 있어서 천년이 되는 해에는 아마 아주 말끔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많은 건물들이 복원을 마쳤고 여러분이 걷다 보면 만나게 될 유명한 4개의 돌다리가 있는데 그 2개도 수리를 마쳤습니다. 크레믈를 따라가는 보행전용도로는 물론 승마장과 마구간까지 천년을 맞는 해전에는 현재 진행중인 모든 복원과 수리를 마칠 예정입니다. 사실 수즈달은 아주 유명한 곳이랍니다. 주민은 고작 9천 명 정도이지만 한 해 동안 이곳을 찾는 사람은 150만 명이 넘습니다. 오늘 다시 이렇게 여러분이 오셨으니 그 숫자에 30을 더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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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세에 어울리게 세계 여러 도시들과 자매 관계를 맺고 있지만 아직 한국과는 아무 도시와도 자매 관계를 맺지 않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부드럽고 유머감각까지 탁월한 부시장님과 우리가 어떻게 상호 우의를 증진할 수 있을지를 논의해 보기로 했습니다.



부시장님의 소개로 수즈달은 한층 더 친밀해진 느낌입니다. 친구의 고향을 걷는 기분으로 마을 곳곳을 걸었습니다. 물론 중앙광장과 도시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종탑을 꼭대기까지 올라보았죠. 그 종탑을 어떻게 보수해야 할지 엔지니어들이 설계도면을 들고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신정균대원은 중앙광장에서 2030부산월드엑스포유치를 위한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우리는 리에따의 태양이 기우는 것도 모르고 이 지역의 특산 '메도브카' 술처럼 달콤하게 '빵과 소금'의 시간을 누렸습니다.


러시아어 '환대(Хлебосольство 흘례바쏠스뜨바)''는 '빵(흘렙 хлеб)과 '소금( соль 쏠)의 합성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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