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361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겨우 밤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도모하는 목적만 달성할 수 있는 험블한 숙소를 옮겨 다니며 달려온 시간, 레온에서는 그동안의 누적된 피로를 감할 목적으로 아침을 제공하는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다음날 아침, 식당으로 내려가자 한 어른이 피아노를 여주하고 있었다. 저녁의 만찬이 아닌, 아침식사 시간에 라이브 연주자를 초청하는 경우는 볼 수 없었으므로 가족 여행을 오신 분이 피아노에 잠시 앉아 즉흥 연주를 하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의 연주는 계속되었다. 연주자의 차림은 격식을 갖추지 않았고 피아노 위에 놓인 검은 봉지 속에 신문이 담겨있었다.
구시가지 62년 된 호텔의 노인 연주자. 모든 장식의 권위를 헐어버린 채 오직 음악만으로 아침 식탁을 황홀하게 한 그 연주자를 이틀에 걸쳐 인터뷰했다.
-당신의 연주로 오늘 하루의 시작이 화창해졌습니다. 그리고 격식을 차리지 않은 이 차림도 참 좋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당신에 대해서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이렇게 반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살바도르 오티베로스(Salvador Ontiveros)입니다. 77세이고 여섯 명의 자녀와 16명의 손주가 있습니다. 두 자식이 음악가이고 여섯 명의 손주도 음악가입니다."
-음악가 가문이시군요?
"저는 13살 때 음악에 입문해 이 나이까지 음악을 멈춘 적이 없습니다. 시작은 독학이었지만 그 이후에 줄곧 음악이론을 공부하고 음악가로서 필요한 요소들을 갖추었습니다."
-당신의 이 호텔의 초청 연주자입니까?
"아니요. 저는 호텔과 계약관계는 아닙니다. 제가 와서 연주를 들려드리고 손님들의 팁으로 보상을 받습니다."
-이곳의 아침 스케줄 외에 계획된 다른 연주들도 있습니까?
"오늘은 정오에 종교행사에 초청받았습니다. 이곳에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성당에서의 연주입니다."
-13살에 당신에게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음악을 만나는...
"정확히는 12살 때였습니다. 기타를 치는 친구가 'Ghost Riders in the Sky'를 한번 연주해 보여주고 친구들에게 기타를 주면서 연주해 보라고 했습니다. 열 명의 친구들이 도전했죠. 누구도 3소절 이상을 올바르게 연주한 자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 곡을 반복해서 듣고 그 곡을 외어버렸습니다. 저는 끝까지 연주를 했어요. 친구들이 모두 놀랐죠. 그런데 친구들보다 더 놀란 사람은 저 자신이었어요. 제게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것을 그때 발견한 거죠. 저는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래!, 이거야!"라고."
●Ghost Riders in the Sky
https://youtu.be/SmDKJTXWvV4?si=rSYDHknMzJJTfYE-
-시작도 참 극적이었군요. 하지만 평생을 지속한다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지않나요?
"음악은 마치 마약과도 같아서 그만 둘 수가 없습니다. 모든 상황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죠. 기쁨부터 슬픔, 열정과 비극에까지... 이 모든 순간을 위한 것이 음악이에요. 또한 전쟁과 종교에까지 음악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음악을 들으면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됩니다. 즐거움을 선사하는 천연 약물과 같죠. 그래서 누구나 음악을 듣는 순간 바로 좋아하게 되는 거죠. 음악가와 눈을 마주쳐도 엔도르핀 분비가 증가합니다.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면 더욱 흥이 납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어떻게 음악을 그만둘 수 있겠습니까."
-음악을 독학으로 한다는 것이 가능한가요?
"이미 귀를 가진 사람들은 가능합니다. 수천 건의 사례들이 있습니다. 비틀스 (The Beatles)의 멤버를 비롯해 아구스틴 라라 (Agustín Lara 멕시코의 유명 작곡가), 호세 알프레도 히메네스 엘 부티 (José Alfredo Jiménez "El Buitre" 마리아치 음악을 세계에 알린 인물)... 이들은 악기를 하나 가지게 되면 바로 연주가 가능합니다. 그 악기를 배우고 나면 다른 악기로 넘어가기가 아주 쉽습니다. 저 또한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을 연주합니다. 플루트, 클라리넷, 트럼펫, 트롬본, 튜바, 호른 등 관악기, 기타, 하프, 자라나 (Jarana 멕시코 민속음악의 핵심 악기) 등 현을 뜯는 악기, 바이올린같이 활로 현을 튕기는 악기, 드럼, 스크레이퍼 (Scraper), 딸랑이 (Rattle) 등 흥미를 느낀다면 모두 가능하죠."
-지금 당신에게 이 아침의 연주는 어떤 의미입니까? 음악 혹은 돈?
"돈이 삶을 지탱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이들은 다 자랐지만 저는 여전히 물, 전기, 가스, 전화, 식비를 비롯한 모든 생활비를 그들에게 의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물론 더 큰 기쁨은 제 연주를 여전히 사람들의 기쁨을 위해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위해서는 무엇을 합니까?
"여기에서 20km쯤 떨어진 샌프란시스코델린콘San Francisco del Rincón에 '라이온스클럽Club de Leones'과 '후 프랑코 클럽Ju Franco Club'의 두 클럽이 있는데 소규모 그룹의 멤버들이 토요일마다 모여서 식사하고 보헤미안적인 분위기를 즐깁니다. 모이면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죠."
-음악이 당신의 삶에 준 것은 무엇인가요?
"악기를 연주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쉽게 친구들을 사귈 수 있습니다. 저는 매우 수줍은 사람이었는데 음악이 사람들과 사교하는 두려움을 떨쳐내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음악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저를 받아주었거든요. 누구에게나 저와 같은 일이 일어 날 수 있습니다. 음악만으로..."
-오늘도 많은 곡을 연주하셨습니다. 모차르트의 세레나데와 교향곡 40번,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The Beatles의 Yellow Submarine 등 장르 불분, 악보 없이 연주를 이어갔습니다. 당신의 머릿속에는 악보 없이 칠 수 있는 곡이 얼마나 들어있을까요?
"수천 곡이 넘을 것 같아요.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기억력이 아주 좋다는 겁니다. 제 나이에 이미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저는 제 작업 덕분에 기억에 의존해 연주할 수 있습니다. 라이브로 연주할 때는 연주가 똑같지는 않습니다. 무언가가 제 주의를 산만하게 하기 하고, 때로는 예쁜 여자가 제게 영감을 주기도 하는데 그에 따라 연주가 반응을 합니다. 그래서 음반처럼 항상 똑같이 곡을 재생하는 법은 없죠. 물론 작은 실수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그런 실수 말이죠. 저는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악보 없이 연주할 수 있는 거죠. 조금만 어긋나도 제 귀에 바로 꽂히거든요. 스도쿠(Sudoku 숫자 퍼즐 게임)를 풀면서 제 뇌를 활성화시키고 있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에너지 가득한 청년의 마음입니다. 이렇듯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고요. 만약 열정이 사라진 당신 같은 나이의 사람들이 있다면 어떤 얘기를 들여주고 싶습니까?
"글쎄요. 활동하라는 겁니다. 어떤 오락이든, 음악이든, 독서든, 글쓰기든, 시를 낭송하든,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면 어떤 활동이라든 다 좋습니다. 그 활동이 즐거움을 주는 것 외에도 소통을 하게 해주죠. 또한 그 활동이 아니면 결코 느낄 수 없는 것을 감각하게 해줍니다."
그는 신발 수선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와 14살 때부터 일한 것을 비롯해, 금속 구조물 작업장의 용접, 가구점의 목공, 대리석 판매, 보험 판매, 천연가스 설비 판매, 건축 등 가족의 생계를 위한 일을 하면서도 한 번도 음악과 인연을 끊은 날은 없다고 했다.
"제 삶의 모든 순간이 음악이었습니다."
그는 우리 부부만을 위한 30분간의 연주를 마치고 학교를 마칠 시간이 임박한 손주들을 데리러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