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넼 Oct 09. 2021

'베이비'가 '베이비'인 이유

인물들의 이름을 통해 보는 '베이비 드라이버'

  개인적으로 장르 상관없이 영화라는 대중 예술 자체를 너무 좋아하지만, 그중에도 분명 더 좋아하는 장르나 스타일이 있습니다.(웨스 앤더슨, 드니 빌뇌브) 저의 영화에 대한 기호가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영화적 기호와는 상관없이 영화 외적인 취향이 담겨 있어 좋은 영화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베이비 드라이버’와 같이 말이죠.


에드가 라이트 감독 '베이비 드라이버'


  베이비 드라이버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베이스 기타 연주자인 ‘플리’가 조연으로 출연한 것 외에도 음악과 자동차라는 영화 외적인 취향 때문에 더욱 좋아하게 된 영화입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요소가 작품 안에서 너무나도 잘 어우러져 있죠. 그것도 굉장히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말이죠. 심지어는 영화도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 안에는 음악과 자동차라는 두 요소 외에도 작품 안에 직관적이고, 심플하게 스토리와 캐릭터를 담아내는 것이 존재합니다. 바로 인물들의 ‘이름’입니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어린 시절 사고로 부모님과 청력을 잃었지만, 뛰어난 운전 실력과 훌륭한 플레이 리스트를 가진 베이비가 자신의 능력을 범죄에 이용하게 만드는 ‘닥터’와 ‘버디’, ‘달링’ 그리고 ‘뱃츠’로 부터 벗어나 연인 ‘데보라’와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심플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에는 그들의 성격과 함께 작품의 내러티브가 담겨 있습니다.


  먼저는 주인공인 ‘베이비’입니다. 베이비라는 이름이 본명인지, 아니면 다른 인물들의 이름처럼 코드명인지 작품 안에서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작품 속 베이비는 이름과 같이 아기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그것도 ‘태아’와 같죠.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 자라나 세상에 나왔어야 하는 베이비는 아직 자신의 뜻대로 세상에 나오지 못한 태아와 같습니다. 그리고 태아의 탯줄과 같이 이어폰을 통해 세상을 보지요. 작품 초반의 그의 모든 행동은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음악에 맞춰져 있습니다. 과거 회상 장면을 통한 연출 덕분에 그에게 음악이란 요소는 가수였던 어머니를, 더 나아가 모성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기에 음악을 듣기 위해 귀에 꽂은 이어폰이 마치 탯줄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마치 탯줄을 통해 태아가 영양을 공급받고, 세상을 느끼듯, 베이비는 음악을 통해 세상을 보고, 행동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데보라를 만나고,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태아와 같았던 베이비는 점점 세상으로 나오며 성장하는 모습이 작품 안에서 그려집니다.


음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베이비'


  두 번째로 ‘닥터(doc)’입니다. 작품 초반에는 마치 교수와 같이 팀의 리더이자 브레인으로서 작전을 짜고, 베이비에게는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죠. 하지만 후반부에서는 베이비를 살려 세상에 내보내려는 모습을 보이며, 마치 태아의 출산을 돕는 의사와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좋든 싫든 닥터는 베이비를 가르치고, 살리고, 출산시켜 세상에 내보내는 교수이자 의사로 그려지는 인물입니다.


베이비를 이용하고, 구해주는 '닥터'


  세 번째로 '뱃츠(bats)'입니다. ‘정신 이상의, 미친’이라는 이름처럼 종잡을 수 없는 인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돌발 행동을 하며, 베이비를 곤경에 빠뜨립니다. 베이비 외에도 버디와 달링과 같은 주변 인물들이 불편함을 느끼게 행동하기도 하죠.


이 구역의 미x놈 '뱃츠'


  마지막으로 ‘버디(buddy)’와 ‘달링(darling)’입니다. 버디는 이름과 같이 여러 범죄자들 속에서 유일하게 베이비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며 걱정해주는 듯한 모습도 보이죠. 그리고 ‘달링’은 그런 버디의 연인으로서 그에게 사랑을 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베이비와 뱃츠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에 의해 달링이 죽자 친구의 모습이었던 버디는 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마치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라는 격언과 같이 말이죠.


연인인 '달링(좌)'과 '버디(우)'


  이처럼 베이비 드라이버의 이야기는 베이비라는 인물이 여러 인물들을 만나며 겪는 사건들을 통해 어머니의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와 성장하는 모습으로도 보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의사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했던 베이비가 데보라를 만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본인의 의지로 행동하며 결국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까지 지는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나타나는 인물들의 성격과 개성, 행동들이 그들의 이름 속에 직관적으로 녹아있습니다.

이전 14화 그의 웃음이 불편함을 주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