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예림 Jul 04. 2022

나를 만나는 시간, 운동하는 시간

판단 없이, 평가 없이, 오롯하게 나를 만나기

 주말, 어쩌다 보니 운동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번 주말에는 달리기를 5킬로씩 두 번, 수영을 야외수영장에서 세 시간 정도 했다. 함께 운동하는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운동하는 시간은 오롯한 나와의 시간이다. 달리기를 하든, 수영을 하든, 운동 전, 운동 중, 가볍게 담소를 나눌 시간과 사진을 남기는 시간 사이사이, 내 몸의 움직임과 반응에 집중하게 된다. 


 이전에는 운동을 하면 그저 힘들다고만 생각했다. 호흡과, 심박, 근육의 긴장감, 평상시의 편안한 상태에 비해 긴장도가 높아지고 불쾌감이 생기는, 말 그대로 '힘든' 상태를 굳이 시간과 노력을 써가며 왜 해야 하는지 잘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가만히 있어도 도동실 비어져 나오는 똥배나 허벅지 아랫 살. 셀카를 찍어도 뭔가 넙데데해 보이는 얼굴은 운동을 하든 안 하든 뭔가 불만스럽게 느껴지고, 입을 수 있는 옷들이 점점 줄어들면, 가만히 있으나 운동을 하나, 배가 고픈 상태를 견디며 절식을 하나 모두 별로인 상태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때가 중요한 사인이다. 어차피 불만스러울 거, 뭘 해도 불만일 때가 '나를 만나야 할' 그때인 것이다. 

꼭 외모가 아니어도, 뭔가 잘 안 되는 것 같고, 혹은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뭔가 변화가 필요한 그때가 '나를 만나야 할 때' 다. 자꾸 내가 만든 기준이 오롯이 나를 못 만나게 방해하고, 멀쩡한 나를 부족하게만 볼 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그저 나를 그냥 바라봐야 한다. 이 때는 '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왜 나는 이렇게 살쪄있는 거야." 

"왜 나는 이렇게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거야." 

"남들은 쉽게 하는 것 같은데 왜 나한테는 어려운 거야." 


아니, 그냥 당신은 지금 조금 뭔가가 불만스러운 거다. 당신의 '무언가'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런 마음 상태인 거다. 그 마음을 잡고 있는 것일 뿐인 거다. 좀 구질구질한 마음을 내려놓고, 조금 다르게 분위기 전환을 해 본다. 어차피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뭘 해도 불만스러운 것이다. 설사, 아무것도 안 하고 늘어져 있다고 해도. 이때, 그래도 하면 나에게 좋을 무언가를 해본다. 머리를 쓰는 무언가가 아닌, 몸을 쓰는 무언가를 해 본다. 적어도 운동하는 동안 숨차고 힘들고 비루한 체력에 짜증이 날지라도 하고 나면 운동을 하긴 했으니까. 잡생각은 적어도 비워졌을 테니까. 


 나는 운동을 할 때, '운동을 한다' 고 생각하기보단, 삶의 시간이 간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떻게든 시간이 가는데 지금은 내가 뭔가를 들어 올리거나, 물속에서 물을 젓고 있거나,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때 '힘들다' 고 느끼기보다, 아 지금 숨이 좀 가쁘구나. 아 지금 허벅지에 힘이 이렇게 들어갔구나. 코어에 힘이 이렇게 들어갔구나. 하고 순간순간에 집중하면 시간이 금방 간다. 결국은 운동 한 시간은 매 순간 느끼는 일 분 일초의 합이다. 삶도 그렇다. 


 뭔가를 처음 시작할 때, 완성된 상태를 생각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우리는 때로 우리가 처음 시작하는 많은 것들에 시간과 숙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급하게 군다. 잘 맞고 안 맞고를 한 번에 알 수 있는 건 내 경험으로 입맛에 맞는 음식 정도밖에는 없다. (그나마도 매번 먹으면 물린다.)


 이상적인 기준을 내려놓고, 마치 연애를 하듯, 

 "아, 이럴 때 이런 느낌이구나. 이런 반응이구나. 조금 느리게 해 볼까. 쉬엄쉬엄 해볼까." 


포기는 나에겐 좋은 건 아니니까, 포기하지 않을 만큼 완급조절하며, 내가 나를 배려해주면서 움직여본다. 

우리는 안다. 한 번에 제대로 하고 다시는 안 하는 것보다 어설프게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결국 나에겐 훨씬 더 달콤한 결과가 된다는 걸.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걷지만, 걸음마조차, 한 번에 잘하지 못했던 우리다. 


내가 가진 모든 기준을 내려놓고, 관대하게, 여유롭게,
판단, 평가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보며 운동하기:)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자신감이 있고 당당해 보이는 건, 자신과 만나고 스스로를 돌봤던 시간이 그만큼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어가 약하시군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