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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Aug 12. 2022

LSD에도 알아차림이 필요해.

운동을 하다 몸과의 신뢰가 깨지면 안 되니까. 

30킬로 LSD 달리기 후 후유증을 면밀히 알아차림 하고 있는 중이다. 

분명히 체감으로 할만하다 느꼈는데도 꽤 오래 후유증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프 경험이 세네 번 있는데도...!! 


사실 이번 


1. LSD는 원래의 속도보다 아주 천천히 달렸어야 하는데, 나는 최선을 다하는 페이스로 식사도 제대로 안 하고, 중간중간 물도 안 마시고 달렸다. 


2. 훈련 후 충분히 잠을 자지 못했다. 


3. 힘들었으니 효과가 있을 거라고 막연한 기대를 했고, 기대에 못 미치는 나를 불안해하고 미워했다(그래서 또 충분히 쉬지 못했다). 


그 결과 훈련 이후 하루 2~2.5리터씩 물을 충분히 마셨는데도 탈수 증상이 일어났다. 


얼굴과 아랫배, 다리가 붓고 계속해서 피곤하고 나른한 탈진이 이어졌다. 변비가 생겼다. 3일은 화장실을 가지 못했다. 수시로 졸리고 피곤했다. 기분이 다운되고 조금은 우울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컨디션이 다운되어서 나를 들여다보고, 나에게 필요한 삶의 자세를 돌이켜본다. 필요한 돌아봄이고, 통찰이니까. 



나는 누군가와 동반주를 할 때에는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내 페이스를 상대와 맞추느라 잘 잃어버린다. 즐겁다고 느끼지만 몸의 컨디션은 놓쳐버렸다. 재미있었는데 몸은 무리했다. 밥도 안 먹고, 물도 한두 모금이나 마셨을까. 사실 긴장하기도 했다. 함께 달릴 때 느리거나 퍼져버려 민폐를 끼칠까 봐. 그러고 보니 민폐를 끼치기 싫다는 마음만 가득했고, 어떻게 하면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장거리 달리기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지도 않았다(이 수동적인 사람아.) 마음이 즐겁다고 몸이 무리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보다. 물론, 의식적인 즐거움 챙기기가 능력을 더 끌어올리기도 하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이리저리 일어나는 감정을 초연하게 보는 데에 도움이 되기는 한다. 그러나 몸은 실체가 있고 유한하기에, 의식적으로 마음을 챙기는 만큼 몸도 챙겼어야 했는데, 마음 챙김에 꽂혀 몸챙김을 잊어버렸다(물론 많이가 아닌 조금이라면 무리하면 몸은 한층 빠르게 성장한다). 나는 최근에는 좀 무리하기도 했다. 몸이 나를 믿지 못하겠다며 체액을 한껏 몸속에 잡고 팅팅 붓도록 만들었다. 변비가 생길 정도로. 


내 몸과 마음을 한 방향으로 잘 맞춰내는 훈련을 꽤 오래 해 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무리하고 나니 여지없이 내 몸을 함부로 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남들은 30킬로 달리면 가벼워지고 살도 2~3킬로는 빠진다는데! 왜 나는 오히려 더 붓고 몸이 나빠진 거야? 열심히 노력했는데 왜 결과가 이런 거야? 왜 원인조차 알 수가 없는 거야? 나는 정상이 아닌 건가? 어디가 아픈 건 아닌가? 나를 괴롭히는 생각을 이어하다가, 이런 생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래. 이렇게 몸을 몰아붙이는데 당연히 몸이 수분을 잡고, 배출을 막고 불안함을 온몸의 작용으로 드러내겠지. 온몸을 떠올리며 "괜찮아. 괜찮아. 어떤 나여도 괜찮아." "여긴 안전해. 안심해도 괜찮아." 하며 의식적으로 몸을 이완시켰다. 결국 3일이 지나서야 화장실에 갔다. 하체가 붓고 아랫배가 묵직해 퍽 괴로운 시간이었다. 


이번 경험으로 다시 내 몸과 한편이 되기로 다짐했다. 의도가 강할 때 몸과 마음의 밸런스를 잃어버린다. 일행에게 나의 상태를 말하고 조금 느려져도 괜찮다. 어제 회복 주일 때는 자연스레 함께 뛰는 동반주에서 각자의 페이스로 달려보는 각자 주로 넘어가 보는 연습을 했다. 어차피 달리기는 오롯이 개인적인 경험이다. 서로 맞춰주는 것보다는 함께 존중하는 것이 미덕인 모임이고, 그룹이다. 매번 혼자 달리다가 여럿이 훈련을 하니 새롭게 배우는 것들이 생긴다. 훈련 전, 알아차리기. 


"여기는 괜찮아. 안심하고 편하게 달리면 돼." 


참, 무리이긴 했지만 30킬로 훈련 후 회복 주 기록이 많이 빨라졌다. 역시 몸은 쓰면 또 정직하게 는다. 



참, 나를 위해, 또 나처럼 초보 런린이를 위해 공유하는 탈수를 예방하는 LSD 팁! 

(인터넷에서 여러 군데 뒤져 찾아냈다) 


1. LSD란 km당 7~8분으로 2시간 이상 

- 꼭 7~8분을 특정하지 않고, 자신의 최선을 다해 달리는 속도의 60~70%로 달리는 것을 권장한다. 

- 심박수를 120 내외로 두는 것이 적정하다고 한다. 

- 글리코겐이 고갈되는 시기가 대략 달리기를 시작해 90분을 넘는 단계다. 


2. 여름 달리기에서는 물을 꼭 마셔야 한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 4~5킬로마다 한 번씩, 물을 마셔가며 달린다. 탈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3. 달리기 전 준비운동은 필수다! 

- 예비 워밍업 (5~10분) : 간단하게 체조와 관절을 풀고 

- 조깅(5~10분) :  천천히 달리기 

- 본 워밍업(5~10분) : 국민체조, 관절운동, 스트레칭 등 


4. 훈련 전 식사는 2시간~3시간 전, 소화가 잘 되는 탄수화물로 가볍게 챙긴다. 

- 바나나, 식빵 한 두쪽, 우유, 수프, 포도 등 과일 

- 달리는 중간중간 초콜릿이나 에너지 젤 등 영양보충을 해주는 것도 좋다. 



쓰다 보니 웃음이 나네.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 건 맞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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