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심리학 기반 감성공감에세이
1월부터 한참 몸을 만든다고 (지금은 명절과 각종 약속으로 유지기에 잠시 들어왔다) 식단을 조절하며 체지방은 빼고 근육량은 늘려보려 했다.
으레 몸관리의 공식이 그러하니까. 사실, 관리에 들어가며 체지방과 근육의 상관관계나, 비율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근육은 많으면 좋은거. 지방은 적어야 좋은거. 하지만 둘다 너무 많거나 적으면 안좋은거. 그런데 왜? 왜 근육량은 늘려야 하고, 지방량은 줄여야 할까?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을 왔다갔다 하는 내 몸무게에서 내 근육량은 많아지면 26키로 전후, 적어지면 23키로까지 떨어진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그 이하로 떨어져본 적은 없다. 체지방량은 식단에 따라 근육량과 정의 상관관계를 가지기도, 부의 상관관계를 가지기도 한다. 확실한 건, (굶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근육은 쓰면 늘어난다는 것이다. 굳이 운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활동량이 늘어나고, 출장이 잦아지고, 들고 나르는 짐이 무거워지면, 근육은 줄지 않는다. 그리고, 근육이나 지방량에 따라 신체 컨디션도 왔다 갔다 한다. 체지방이 많이 늘면 작은 움직임에도 숨이 차고, 근육이 부족해지면 기운이 생기지 않는다.
(출처: pixabay)
삶의 공식에서 운동으로 근육을 어떻게 만들까, 식단으로 지방을 어떻게 줄일까라는 질문은 어찌 보면 주객 전도다. 운동이나 식단은 생활을 놓고 보았을 때는 극히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근육과 지방은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자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삶에서 근육으로 무엇을 할까? 혹은 지방으로 무엇을 할까?
기계 문명의 산물이 많지 않았던 옛날에는 근육이 많은 사람은 빠르게, 너른 영역을, 무거운 짐을 쉽게 날랐을 것이다. 반면, 지방이 많은 사람은 움직임은 적더라도, 부족한 자원 속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지향이 크고 너른 활동성이라면 신체가 챙기는 체성분자원은 그에 맞게 편성된다. 당연히 근육이 많아진다. 지향이 안정적으로 오래 버티는 정적 성향이라면 당연히 근육보다는 지방을 많이 만드는 것이 그에게 유리하다.
그러니까, 근육이 많다는 건, 너르고 크게 활동할 수 있게 '몸' 이라는 가방에 그에 맞는 짐을 잘 싸두고 있다는 뜻이다. 일상 속 운동은, 그래서 넓고 큰 지향의 준비작업이다. 단지 몸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몸성으로 수반된 자신감, 호기심 등이 정서적으로도 함께 챙겨진다.
반면, 지방은 진득하고 오래 버틸 수 있게 '몸' 가방에 그에 맞는 자원을 싸둔 것이다. 다만, 오래 버틸 일이 없을 때 몸가방은 오히려 자원이라기보다 짐이 된다. 신기하게도, 나는 체지방이 가장 많을 때 근육량도 가장 많았는데(벌크업이라고도 한다), 아마 짐(몸무게)을 잘 나르기 위한 근육이 필요하다는 영민한 몸의 연쇄적 판단과 그에 따른 체성분 구성작용이 있었을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 역시 버티는 힘이 필요한 상황으로 인식되기에, 스트레스가 많은 이들에게 비만이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오게 되기도 한다.
(출처:pixabay, 등근육은 특히 단련하지 않으면 쉽게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몸의 균형과 척추가 몸을 받치는 힘을 보조한다)
몸가방은 의식적으로 우리가 싸지 않더라도, 생활 전반의 삶 양식에 맞게 그에 맞는 적절한 자원을 알아서 챙긴다. 다만 몸가방이 챙겨지는 매카니즘은 늘 후행변수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사는 대로', 혹은 '당하는 대로' 형성된다.
몸가방을 의도적으로 싼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지향을 현재로 가져오고자 준비한다는 의미이며, 살고 싶은대로 산다는 의미이며,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해내기 위해 능동적으로 준비한다는 의미이다. 늘 가봤던 곳 외에 안가본 곳을 가기 위해서는 가방 속을 비우고 새롭게 가방을 챙겨야 하는 것처럼.
당신에게 주어진 가방 속, 그동안은 놀라운 자연성이 어떤 상황에도 당신을 따라가며 곰살궂게 챙겨주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연의 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못한다. 존경하는 은사님(a.k.a 유영만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 이 예시는 글쓰기에 대한 예시이긴 했지만 - GIGO만장의 법칙(garbage in garbage out)은 몸에도 통한다. 쓰레기를 넣어주면, 체성에 따라 덜 아플 수는 있어도, 안 아플 수는 없다.
가방에 무엇이 든 줄도 모르고 어디론가로 떠나는 사람은 곤란함에 처하게 된다. 하물며 인생이라는 험난한 여정에서 가방을 잘 챙기는 건,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 아니 이미 강조하고 있나. 나는ㅎ.
누구든, 기질과 지향에 맞는 가방을 잘 싸서 필요한 자원을 쉽게 꺼내 쓸 수 있게 돕고 싶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가방은 받았지만 가방을 잘 관리하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다.
조만간, 몸가방싸기 한번 열어보려나.
다들 삶이라는 여행을 만끽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