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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운트레이크 Nov 26. 2023

시간 소비가 돈 되는 사용법

복리투자와 내가 보내는 시간들


전국 집값은 조정 국면이다. 매물이 계속 쌓이고 강남의 급매물도 소진이 안된다. 사실 예상된 흐름이다. 작년 말 급락 후 기술적 반등은 이미 끝났다.


'그냥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인가..'


아파트 시장은 지루한 시간이 당분간 이어질 거 같다. 2010~2014년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그랬다. 금리와 정부 정책이 그때와 비슷하다. 냉온탕 대출 규제와 보금자리주택 확대가 동시에 이루어지며 가격이 꼼작하지 않았다. 그리고 해마다 계속 하락하는 지역까지 생겼다.


매수세가 없으니 당연했다. 부동산의 본질적 가치는 변함없지만 기대와 욕망이 사라진 자리에는 그저 '정막'만 감돈다. 그런 과정이 신기하다. 이 시기가 오면 아무리 좋은 입지의 부동산도 당장 위력을 크게 발휘하지 못한다.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답답해지기 쉽고 '포기할까?'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좋은 입지의 부동산은 시간을 태우며 에너지를 응축하는 크기가 남다를 뿐이다. 


2010~2014년 당시 내가 답답한 마음에 분당 역세권 아파트를 처분했다면? 후~ 지금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당시 아파트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 변화를 기다리기 힘들어한다. 버텨낼 수 있는 정서적인 힘 '느긋한 감정'이 '투자 테크닉'보다 소중할 수 있다.


'근데 앞으로 전개될 시장 흐름도 같을까?'


그건 또 알 수 없다.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럼 지금은 뭘 해야 할까.. 내가 소비하고 있는 시간들을 되돌아본다. 시간의 '복리효과'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시간이 장기간 축적되면 어느 시점부터 돈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난다는 '복리효과'.. 이게 나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매우 중요하다. 이 세상의 천재들도 너무 좋아하니까.


"천재는 복리를 주목한다"


며칠 전 조선일보 손진석 편집장이 쓴 칼럼의 제목이다. 아인슈타인, 워런 버핏, 샘 올트먼 같은 천재들은 모두 일찍부터 '복리효과'를 주목했다고 한다. 특히 샘 올트먼은 돈이 아니라 '인생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 문제에도 복리를 연결 지었다.


샘 올트먼은 2019년 블로그에 '성공하기 위한 13가지 방법'을 올리며 '자신을 복리로 만들어 가라'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이 뭘 하든 보내고 있는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경력이 되고, 그 결과에 따라 폭발적인 상승곡선이 나온다는 뜻이다. 그리고 '버텨라'이다. 대개는 일찍 포기하는 바람에 잠재력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한다.


길게 보고 시간을 버텨낸다.. 늘 단순한 게 답인데 그게 보이긴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이번에 이사를 하며 정리하는데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것 중 하나가 갖고 있는 책이었다. 포장이사를 했지만 이사 전문 업체도 많은 책들을 다루는데 힘들어한다. 


책이 10권이 넘어가면 제법 무겁다. 작은 단위지만 무겁고 여러 번 손이 가야 한다. '책 많은 집' 이사가 힘들다고 푸념하는 이사업체도 있었다. 대충 책장에 쑤셔 넣은 책들을 내가 다시 꼼꼼히 정리해야 한다.


이사 가기 전과 후 책을 정리하며 가장 힘든 것은 버릴 책을 솎아내는 일이다. 일부는 과감히 버리고 상태가 좋은 책은 일단 아내가 체크해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판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넘길 땐 밑줄 그은 것을 모두 지워야 한다. 그런데 내 독서습관은 중요한 부분을 반드시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읽어야 한다. 그리고 체크 표시, 별 표시 마구 집어넣으며 눈도장을 찍는 요란한(?) 버릇까지 있다.


이번에도 솎아낸 50여 권을 잘 팔면 10여만 원이 들어온다. 오늘도 아내는 옆에서 몇 시간을 각종 최신 지우개를 동원해 내가 남긴 흔적들을 지웠다. 그러다 아내가 갑자기 열받아 말한다.


"책을 읽는 습관 좀 개선 안 될까?"

"그 흔적만큼 내 머릿속 어딘가에 있지.."

"책장의 책들.. 미리미리 버리지 그래."

"응? 저 책들이 내가 지나온 시간인데.."


아직 내 습관을 버릴 수는 없다. 계속 책을 사고 읽고 밑줄 긋고, 또 솎아내고 싶다. 뒤돌아보니 여전히 책장에 책들이 그득하다. 새 책을 사서 보려면 또 솎아내야 하는데.. 저 책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일본 애서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서가를 보면 자신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가 보인다."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 이것들이 나 자신을 복리로 만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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