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전쟁> 막다른 길

by 서린

일러두기01. 청일전쟁 웨이하이위 전투를 다루었다.


여름에 시작된 전쟁은 겨울을 맞았고 해를 넘겼다. 1895년 1월. 한겨울. 요동반도까지 점령한 일본은 봄을 기다리지 않았다. 모든 칼과 총과 포를 산둥 반도로 겨누었다. 일본 육군을 태운 배들이 줄지어 산둥으로 향했고 군함도 마찬가지였다. 배들은 군사와 무기를 땅에 부렸다. 군함들은 바깥 바다에서 때를 기다렸다. 최종 목적지는 청의 웨이하이위 해군기지. 북양함대가 그곳에 있었다.


1월 30일. 일본은 육지에서부터 움직였다. 웨이하이위 주변을 죄어 들어갔다. 방어를 무력화하려 했고 퇴로도 차단하려 했다. 청의 병사들은 저항했다. 바다에서는 북양함대가 일본 육군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 결국 청의 포대는 넘어갔고 고지는 빼앗겼다. 방어선이 차례로 허물어졌다.


2월 3일. 육지 쪽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바다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 연합함대의 함포가 불을 뿜었다. 그 불길을 타고 포탄이 해안 사이를 날았다. 일본 함대는 멀리서는 치되 가까이 들어오지는 못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난밤. 구름이 달을 가렸다. 어둠은 바다와 하늘을 삼킨 후 작은 배들을 토해냈다. 일본 함선에서 내려온 작은 배 여러 척이 웨이하이위 요새를 향했다. 그 배들은 북양함대에 고요하게 다가갔고 무언가를 청의 철갑선을 향해 쏘았다. 어뢰였다. 어뢰 두 대가 파도 아래에서 청의 철갑선으로 날았다. 한밤이 깨졌고 고요가 사라졌다. 청의 군함들은 침몰하기 시작했다. 일본 어뢰정에 총과 탄이 쏟아졌다. 열다섯 척 중 한 척만이 살아서 나갔다.


육지가 막히고 바다가 막혔다. 청의 병사들은 희망을 잃었다. 총을 든 팔은 내려갔고 마음은 꺾였다. 막기보다는 살기를 원하는 마음이 퍼졌고 커졌다. 몇몇 병사들이 제독에게 일본에 항복하자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하지만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제독도 모르지 않았다.


2월 12일. 백기를 꽂은 배 한 척이 일본 함대를 향했다. 투항을 전했고 휴전을 요청했다. 배와 무기를 내어줄 테니 병사들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눈물로 말했다. 일본은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다음날 청의 제독은 호의에 감사한다는 서신을 남긴 후 자진(自盡)했다. 패배에 대한 울분이자 책임이었다. 함장 한 명과 육군 지휘관 한 명이 그 뒤를 따랐다.


청은 막다른 길 끝에 몰렸다. 더 이상 돌아갈 곳도 나아갈 길도 없었다. 앞도 옆도 벽이었다. 뒤를 돌아봤다. 더 높은 벽이 보였다. 그 벽에는 떠오르는 붉은 해가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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